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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해법, 납득할 후속 조치 있어야 실패 반복 않는다

입력
2023.03.07 04:30
27면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의 해결책이 6일 공식화했다. 한국에선 박진 외교부 장관이 민간 기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변제 방식의 판결금 지급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에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식민지배 사과 및 반성)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인정이 따르지 않은 사과에 피고기업들이 빠진 배상이라 피해자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 피고기업의 재단 기부 참여와 같은 전향적 조치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과 광주에선 배상 해법 철회를 요구하는 피해자 지원단체의 기자회견과 촛불집회가 열렸다. 피해 당사자 양금덕 할머니는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며 제3자(재단) 변제안도 거부했다. 야권 역시 "제2의 경술국치"(더불어민주당), "이해 못 할 외교 참사"(정의당)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정부·여당이 "미래와 국익을 향한 대승적 결단"(국민의힘)이라며 정부안을 옹호했지만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일본의 외교적 완승'이란 비판을 감수하며 제3자 변제에 나선 데에는 엄중한 안보 현실상 한일 및 한미일 공조 강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당장 일본은 환영 입장을 밝히며 3년 전 강행한 수출규제 해제 협의에 나섰고,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한일관계의 신기원적인 새 장을 장식할 것"이라며 한국 조치를 상찬했다.

하지만 한일 과거사는 한 올씩 조심스레 풀어야 할 매듭과 같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호언처럼 단칼에 잘라 내려다간 반발 여론만 키울 수 있다. 상황을 타개할 정공법은 일본 피고기업의 판결금 재원 출연이다. "민간기업의 국내외 기부 활동에 특별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일본 외무상의 이날 발언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박진 장관의 비유처럼 한국이 절반 이상 채운 물컵을 마저 채우는 일은 일본 몫이다. 정부는 일본의 조치를 이끌어내는 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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