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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이태원 분향소 설치 한 달… '불안한 휴전' 이어가는 유족·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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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자리를 잡은 지 5일로 한 달이 됐다. ‘분향소 사수’를 고수하는 유족 측과 ‘강제 철거’를 주장하는 서울시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유족들은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치유’의 공간이 된 광장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다. 서울시도 “불법 시설물은 철거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접점을 찾기 위한 양측의 대화에도 의견 차가 뚜렷해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고 있다.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분향소 앞에서 ‘이어 말하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날마다 유족 2, 3명이 분향소 앞 의자에 앉아 마이크를 들고 저마다 사연을 털어놓는다. 상대의 아픔을 들으면서 위로를 나누고 힘을 얻자는 취지다.
유족들은 “한자리에 모여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ㆍ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고(故)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는 지난달 24일 이어 말하기 도중 “집에서 말 없이 누워만 있다가 분향소에 와서 식구들을 보면 내 모습 같아 한없이 떠들게 된다”고 했다. 고 김의현씨 누나 혜인씨도 “유족분들을 만나면서 위로의 말을 많이 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자 옆에 있던 다른 유족이 말 없이 등을 토닥였다.
2차 가해가 사라진 점도 변화다. 분향소가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근처에 있을 땐 신자유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수시로 찾아와 “한가하게 추모나 할 때냐” 등의 막말을 내뱉어 유족에게 큰 상처를 줬다. 한 유족은 2일 “탁 트인 공간에서 훼방꾼 없이 시민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이날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분향소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유족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이 강제철거에 대비해 24시간 ‘불침번’까지 서며 분향소를 지키려는 이유다.
하지만 법적으로 분향소에는 ‘불법 시설물’ 딱지가 붙어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단 설치된 분향소를 자진 철거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는 반발 여론을 의식해 합의 없는 일방 철거(행정대집행)는 자제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시는 유족 측 대리인과 정례적으로 만나 물밑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적절한 합의점을 찾느냐인데, 아직은 양측이 기존 주장만 되풀이해 대화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제안을 했고 유족 측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시민대책회의 측은 윤석열 대통령 면담, 독립 진상조사 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한 ‘이태원 특별법’ 제정 등에서 유의미한 진전이 있지 않는 한 서울광장 분향소를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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