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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복통'을 아시나요? 원인 모를 복통 지속되면 의심을

입력
2023.02.2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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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복통이 있는 경우(오른쪽) 정상인 왼쪽과 달리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Celiac Trunk)을 가로지르며 복강신경절을 눌러 통증을 유발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호두까기복통이 있는 경우(오른쪽) 정상인 왼쪽과 달리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Celiac Trunk)을 가로지르며 복강신경절을 눌러 통증을 유발한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반복적으로 극심한 복통을 일으키는 데에도 진단이 어려운 ‘정중궁인대증후군’이라는 질환을 ‘호두까기복통’으로 개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정중궁인대증후군(MALSㆍMedian Arcuate Ligament Syndrome)이란 복부 상부의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아치 모양으로 가로지르면서 복강신경절을 누르는 탓에 통증이 생기는 병을 말한다.

복강 내 주요 장기가 몰려 있어 다른 병과 헷갈리기 쉬운데다 병 자체가 흔한 것도 아니어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풍렬ㆍ김지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강미라 건강의학본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정중궁인대증후군의 새 명칭을 제안하며 감별 진단 기준을 발표했다.

원인을 모르다 보니 극심한 복통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데도 통증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게 환자들의 현실이다.

증상에 맞춰 치료를 하는데도 차도가 없기에 답답한 마음에 심리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병명을 바꾸자고 제안한 것도 병의 인지도부터 개선해야 진단도 수월해질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두까기복통(nutcracker ganglion abdominal pain syndrome)이라고 이름 붙인 건 정중궁인대가 복강동맥을 감싼 모양이 호두를 누르는 호두까기와 비슷해서다.

연구팀은 또 호두까기복통을 확진할 표준 진단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새 감별진단법도 논문에 제시했다.

호흡에 따라 횡격막이 움직이므로 횡격막 움직임에 의해 호두까기복통이 발생한다.

호흡과 자세 변화에 따른 통증 강도가 변하고, 식사나 배변과 상관없는 통증이 발생한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연구팀은 임상적 특징과 생리적 특징을 종합해 2016~2018년 원인 불명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에게 새 진단기준을 적용했고, 의심 정도에 따라 그룹을 분류했다.

이들 중 호두까기복통이 매우 의심되는 환자에게 혈관 조영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로 확인한 결과, 호두까기복통으로 최종 진단해 감별 진단법의 유효성을 입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전향적 연구를 준비 중이다. 원인 불명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호두까기복통에 해당하는지 감별 진단법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연구팀은 “원인 질환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복통이 지속되거나 식이나 배변과 관계없이 통증이 발생하면 호두까기복통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환자들도 알아야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의사가 알아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드문 질환이긴 하지만 복통 원인이 확실치 않다면 논문에서 제시한 감별진단 기준을 참고해 호두까기복통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국제학술지(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IF=4.725) 최근호에 발표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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