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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다음은 당신 아들" vs "평화협상은 순진"... 우크라 지원 두고 쪼개진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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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점점 더 많은 무기가 전달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현장. 이곳에 모여든 1만3,000명(주최 측 추산 5만 명)은 '갈등 대신 협상'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대신 러시아와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무기 지원' 사격이 최근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일부 나라의 시민들이 자국 정부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에 내몰리고 있다"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인도 확대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탱크)인 '레오파르트2'를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다른 나라에 수출했던 이 전차의 우크라이나 반출도 허용하자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날 시위는 독일의 유명 좌파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흐트 주도로 열렸다. 특히 "무기 지원이 전쟁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초 군사용 헬멧 5,000개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독일 정부가 최근 들어선 탱크까지 전달하기로 하자, 가뜩이나 나빠진 대(對)러시아 관계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게 시위대의 주장이다.
시위대는 "오늘은 헬멧, 내일은 탱크, 모레는 당신의 아들들"이라고 쓴 현수막도 내걸었다. 무기 지원이 잇따르다 보면 최악의 경우 자국 군대까지 전장(戰場)으로 보내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담은 표현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범국인)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다른 전쟁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는 한 시위 참가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위대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진짜 평화를 위해선 무자비한 공격을 막아내는 게 먼저'라는 논리다. 우크라이나 영화감독인 예브헨 티타렌코는 "시위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평화주의자"라며 "(그러나) 만약 누군가 당신의 문을 부수려 할 때 반격하지 않으면, 그는 당신을 죽이고 모든 걸 빼앗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를 향한 비판의 초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베를린에 사는 우크라이나 출신 로만 오버코는 "푸틴은 제2의 히틀러"라며 "인류의 적과 협상한다는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위대가 푸틴의 공격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편에 서지 않으면, 역사의 거짓 편에 서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독일 정부도 러시아와의 평화 회담 가능성을 일찌감치 일축했다. 숄츠 총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무조건적 항복 같은 오로지 한 가지 형태의 협상만 수용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도 '전쟁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중국의 위협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일 같지 않은 대만에서도 이날 수백 명이 수도 타이베이에 모여 우크라이나 연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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