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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매에 거짓연기 강요?... '러 애국콘서트'에 우크라 '부글부글'

입력
2023.02.26 09:38
수정
2023.02.26 10:50

콘서트 등장 자매 모친, 러시아군 포격에 사망 추정
마리우폴 주민들 "아이들은 배우가 아니다" 분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규모 콘서트에 참석해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규모 콘서트에 참석해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우크라이나가 자국 출신 어린 자매를 '애국 콘서트'에 등장시킨 러시아에 분노하고 있다. 자매의 모친이 러시아군 포격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러시아군을 찬양하는 발언까지 시킨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라는 취지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2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 애국 콘서트' 현장에 안나 나우멘코(15)가 여동생의 손을 잡고 무대에 등장했다. 당시 안나의 뒤편 화면에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현지 어린이 367명을 구출했다"는 설명과 함께, 유리 가가린이라는 러시아 병사가 소개되고 있었다. 이후 안나는 화면을 보며 "(유리) 삼촌, 마리우폴에서 내 동생이랑 아이들 수백 명을 구해 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을 확인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역겹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안나의 주변 이웃들은 안나의 모친이 전쟁 직후 마리우폴에서 아이들과 함께 문화센터와 공공기관 건물을 전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4월 아이들을 잠시 두고 건물 밖으로 이동하던 중 러시아군 포격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나의 이웃들은 안나의 얼굴을 곧장 알아봤다고 한다. 이들은 "마리우폴의 아이들은 배우가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금전적 동기나 다른 이유로 이 쇼에 나서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편 '조국 수호자에게 영광을'이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진행한 러시아는 침략 전쟁을 '놀이'로 묘사해 서방 국가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콘서트 현장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는 러시아 군인들은 우리의 '수호자'"라며 "우리의 역사적 영토, 우리의 인민을 위한 전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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