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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한마디'에 핵전쟁 위험 커져... 무기통제 시대 끝났다"

입력
2023.02.22 21:00
5면

NYT "핵무기 감축 시대로 복귀 힘들어"
중국·이란·북한 등 핵무기 통제도 불가능
중국, 러시아와 더 밀착...'반미 전선' 구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협정' 참여 중단 선언으로 탈냉전 이후 수십 년에 걸친 안정적인 '군비 통제' 시대가 종언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과 이란 등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반기를 드는 국가들에 대한 핵무기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핵전쟁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핵무기 통제 시대 사실상 끝났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러시아 간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공식적인 무기 통제가 끝났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2010년 두 나라가 맺은 뉴스타트는 양국이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 수를 1,550기, 운반체를 700기로 제한하는 걸 골자로 하며, 양국이 상대 국가에 대해 핵사찰을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 차례 연장을 거쳐 2026년 만료될 예정인데, 지난해 8월 러시아는 자국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사찰 활동을 잠정 중단시킨 상태다.

물론 푸틴 대통령의 선언은 현재로선 '상징적 제스처'일 공산이 크다. 그는 뉴스타트를 탈퇴하는 게 아니라 '참여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같은 날 "전략 핵무기를 더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수위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두 나라가 상호 협의를 통해 핵무기를 감축해 왔던 시대로 복귀하는 건 힘들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종식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데다, 양측 모두 이번 전쟁에서 양보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향후 뉴스타트를 대체할 새 협정 체결은 더더욱 불가능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참여 중단' 선언 시점도 세계 안보에는 악재다.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이 자체 핵무기를 늘리거나 개발을 추진 중인 시기에 나온 탓이다. 중국은 미국에 뒤지지 않는 핵전력을 갖추려 하고 있고, 이란과 북한도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와중에 러시아가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는 건 "사실상 전 세계의 핵통제가 불가능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 군비통제 국가안보회의에서 일했던 존 볼프스탈은 "푸틴 대통령의 선언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경쟁은 물론, 중국이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늘려야 한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왕이(왼쪽)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연방 안전보장이사회 서기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왕이(왼쪽)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연방 안전보장이사회 서기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중국-러시아는 '더 밀착'... 반미전선 강화

푸틴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결국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기를 드는 러시아와 중국이 바짝 밀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향후 도래할 신냉전 시대에 과거 소련(현 러시아)을 대신해 반미 전선의 최전방에 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 핵무기를 늘리려 하는 중국으로선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 공고히 다질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은 러시아의 이번 뉴스타트 참여 중단 결정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핵 감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신문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21일 러시아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목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도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등을 단행할 경우, 전쟁은 더 장기화할 수 있다. WSJ는 "중국은 이미 러시아 석유를 사들이는 등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은 미국과 동맹국들에는 상당한 스트레스"라고 짚었다.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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