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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협정 중단 발표 당일… 러 외무부 "미국 성의 보이면 복귀"

입력
2023.02.22 07:34
수정
2023.02.22 14:16

"미국이 조약 위반... 정치적 의지·긴장 완화 선의 보여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당일, 러시아 정부가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장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는 건 물론, 미국과의 대화도 일단 지속하겠다는 취지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이 밝힌) 뉴스타트 참여 중단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며 "미국이 정치적 의지와 긴장 완화를 위한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조약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계획을 계속해서 미국에 통보하겠다"며 "핵무기 양적제한도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러시아가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발표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리는 미국이 (핵무기 통제와 관련된) 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면서 "미국은 조약 재개를 방해할 수 있는 조처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새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 중이고, 일부 인사들이 전면적 핵무기 시험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언급한 것이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국정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며 "서방이 러시아에 핵 사찰 허용을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이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 중단 결정이 '탈퇴'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를 협정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 세계 보유 핵탄두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핵 시설에 대한 상호 사찰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2021년 한 차례 연장(5년)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후속 조치 논의가 중단됐다. 러시아는 미국 측의 핵무기 사찰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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