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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영웅 되면 뭐해?"...러시아 청년들은 푸틴의 전쟁에 심드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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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웅?'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동생이 '죽은 영웅'이 되길 원하지 않아!"
러시아인 율리아나(37)의 막내동생 바냐(23)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싸우다 숨졌다. 인생 경험을 쌓겠다며 입대한 바냐가 죽어서 돌아올 줄 아무도 몰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 바냐는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해군으로 복무 중이었다.
아버지 보리스에게 바냐는 '자랑스러운 애국자'다. 율리아나는 "동생이 영광스럽게 죽었다"는 말이 끔찍하기만 하다. 두 사람은 얼마 전 격렬한 말다툼을 벌였다.
오는 24일(현지시간)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 굳건했던 러시아의 전쟁 지지 여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옛 소련의 영화를 기억하는 나이 든 세대는 전쟁을 대체로 지지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배운 청년 세대는 반대한다. 전쟁에 동조할 수 없는 러시아 청년 수만 명은 이미 조국을 저버렸다.
전쟁이 갈라놓은 율리아나의 가족 사연은 영국 BBC방송의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러시아: 반역자와 영웅'에 자세히 담겼다. 다큐멘터리를 찍은 러시아의 영화감독 아나스타시야 포포바는 "러시아 가족의 다양한 갈등을 목격했다"며 "자녀들은 대부분 전쟁에 반대한 반면, 소련 시절에 자라 밤낮으로 국영TV를 보는 그들의 부모들은 전쟁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푸틴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국영TV로만 전황을 접하는 부모 세대와 소셜미디어가 친숙한 자녀 세대가 각각 '세상을 보는 눈'은 다를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40세 이상의 75%가 전쟁을 지지했다. 18~24세에선 전쟁 지지 응답이 62%였다. 러시아에선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용납되지 않지만, 청년 세대의 소신은 확고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청년들과 기득권 세대의 충돌이 가팔라졌다.
아르칸젤스크에 사는 대학생 올레샤 크리브초바(20)는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기소됐다.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대교 폭파 관련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단 한 건 올린 것이 죄목이다. 정부는 "테러를 정당화하고, 러시아군의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혐의를 씌웠다. 크리브초바는 최대 1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가택 연금 상태인 그는 "모든 사람을 감옥에 가둘 순 없다. 곧 감방이 부족할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해 3월 모스크바 콤소몰스카야 광장에서 열린 반전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됐던 야나(35)는 러시아를 떠났다. 정부가 감시와 검열로 그를 옥죄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그는 조국에 등을 돌렸다. 스스로를 "러시아 반체제 인사"라고 부르며 "우리 역할은 민주주의의 길을 열기 위해 푸틴 정권과 싸우는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전쟁을 지지하거나 침묵하거나, 아니면 탈출하거나. 러시아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 셋뿐이다.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린 지난해 9월 이후 징집을 피하려는 러시아 청년들의 탈출 행렬이 줄을 잇는다. 2022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미 남부 국경을 통해 입국을 시도한 러시아인이 2만2,000명에 달한다고 세관국경보호청 통계를 인용해 미 CNN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미국에 입국하려는 러시아인은 467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 2만1,763명으로 46배 급증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두바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탈출한 미하일 만주린(25)은 "우리 나라(러시아)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침공에 가담해 무고한 우크라이나인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망명을 미 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아들 둘이 미국 시민이 돼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라는 것"이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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