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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전쟁범죄광 푸틴, 기필코 처벌"...노벨평화상 수상단체, 범죄내역 다 적어 뒀다

입력
2023.02.22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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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1년,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2신>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시민자유센터' 인터뷰


러시아는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범죄가 너무 많고 다양해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만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빈틈을 메우는 우크라이나 인권단체가 있다. 시민자유센터(Center For Civil Liberties·CCL)다. CCL은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증거를 수집한 기여를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이 한 자 한 자 적어 둔 기록은 전쟁범죄를 부인할 가능성이 짙은 러시아를 압박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9월 러시아 오렌부르크 근처 사격장에서 망원경을 들고 있는 모습. 오렌부르크=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9월 러시아 오렌부르크 근처 사격장에서 망원경을 들고 있는 모습. 오렌부르크=AP 연합뉴스


CCL은 지난 1년간 꼼꼼히 기록해둔 전쟁범죄 기록 3만2,997건을 20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유했다. CCL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다.

CCL은 "우리는 전쟁범죄를 꾸준히 기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고 부추긴 데 대한 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처벌받지 않는다면 '군사력을 지닌 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게 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불처벌'에 숨은 러시아, 계속 악행... 악순환 끊어야"

한국일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CCL 사무실에서 로만 네콜리악 CCL 국제관계조정관과 만났다. CCL은 인권변호사 출신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가 2007년 설립했다. 2014년 유로마이단 시위와 돈바스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가 저지른 민간인 대상 범죄를 기록하는 데 집중해 왔다.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시민자유센터(CCL) 사무실에서 로만 네콜리악(왼쪽) CCL 국제관계조정관이 러시아의 전쟁 범죄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CCL 제공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시민자유센터(CCL) 사무실에서 로만 네콜리악(왼쪽) CCL 국제관계조정관이 러시아의 전쟁 범죄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CCL 제공

네콜리악 조정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무자비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간의 범죄에 대해 처벌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조지아, 몰도바, 시리아, 리비아 등 다수 국가에서 자행한 범죄에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이 러시아 정부와 군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네콜리악 조정관은 "'전쟁범죄'는 러시아가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 CCL은 악착같이 증거와 증언을 모은다. 네콜리악 조정관은 "푸틴 대통령이 증명하고자 하는 건 국제법과 민주적 가치로부터 자신이 자유로우며, 전쟁 중에는 더욱 그렇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의 일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로만 네콜리악 시민자유센터(CCL) 국제관계조정관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로만 네콜리악 시민자유센터(CCL) 국제관계조정관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켜켜이 쌓인 3만2,997건의 범죄... "별도 재판소 필요"

CCL이 지난 1년 동안 수집한 범죄 사례는 3만2,997건(20일 기준)이다. CCL을 비롯해 24개 인권 단체가 함께 모은 결과다. 통상 '핫라인'으로 범죄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초기 조사를 하고 실사 등을 통해 신빙성을 확인하는 식으로 사건을 수집한다.

3만2,997건의 사건을 시기별로 나눠 보면,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의 신고가 9,8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양상(4월 3,954건 → 5월 3,140건 → 6월 3,198건 → 7월 2,208건 → 올해 1월 2,023건)을 보이는데, 범죄가 실제로 줄어서인지, 피해자들이 신고를 포기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범죄 피해 유형별로 보면 △포격·공습 민간인 피해가 2만5,748건으로 가장 많다. 격전지인 하르키우(5,054건), 도네츠크(3,335건), 마리우폴(2,540건) 등에 피해가 몰려 있다. △실종(2,042건)이 그다음으로 많다. 하르키우(1,635건)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개인 자산을 약탈당했다는 신고도 1,485건에 달한다. 약탈 피해 신고는 지난해 11월(539건) 집중됐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밀릴 때로,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주머니를 채운 결과로 풀이된다. 불법 구금(624건), 의도적 살해(409건), 강간(24건) 등도 꼼꼼하게 기록됐다.

CCL은 "워낙 건수가 많아서 러시아의 전쟁범죄만 다루는 별도의 국제기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네콜리악 조정관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단독으로 다루기엔 사건이 지나치게 방대하다"며 "특별재판소(가칭)를 설치해 국제사회가 함께 푸틴의 전쟁범죄를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네콜리악 조정관은 또 "우리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전쟁범죄 문제를 이처럼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더 갖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자유센터(CCL) 설립자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 CCL 제공

시민자유센터(CCL) 설립자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대표. CCL 제공



키이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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