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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기적을 믿습니까?"

입력
2023.0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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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레이크 플래시드의 기적

아무 활자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승리의 감격을 전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1980년 3월호 표지. 위키피디아

아무 활자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승리의 감격을 전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1980년 3월호 표지. 위키피디아

2008년 국제 아이스하키연맹(IIHF, 1908년 창설)이 100주년 이벤트로 100년간 빙상을 달군 100대 스토리를 선정했다. 시대를 넘어 끊임없이 회자되는 ‘사건’들, 최고의 팀과 선수, 특정 경기의 특정 플레이 등. 단연 1위는 ‘레이크 플래시드의 기적(The Miracle of Lake Placid)'이라 불리는 1980년 뉴욕 동계올림픽 미국과 구소련 대표팀 경기였다.

구소련의 아성은 견고했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회서부터 68, 72, 76년 올림픽 금메달을 내리 획득했고, 60년 동메달 이래 올림픽 전적 29전 27승 1무 1패에 누적 스코어 175대 44를 기록했고, 68년 이후 올림픽서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는 팀이었다. 미국의 한 칼럼니스트가 “얼음이 녹거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소련의 6번째 금메달은 확실하다”고 썼을 정도였다.

기량과 경험, 팀워크를 겸비한 소련 대표팀과 달리 허브 브룩스(Herb Brooks) 감독이 이끈 미국 대표팀은 전원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던 대학 아마추어 선수들이었고, 다수가 라이벌팀 출신이어서 팀워크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조별 리그서부터 이변이 시작됐다. 미국은 북유럽 강국 스웨덴과 비긴 뒤 체코와 노르웨이, 루마니아, 서독을 잇달아 꺾으며 4승1무로 4강에 진출했다. 소련 역시 일본(16대 0)과 캐나다(6대 4) 등을 꺾고 5전 전승을 기록했다.

2월 22일, 관중 8,000여 명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소련과 맞붙은 미국팀은 1피리어드를 동점(2대 2)으로, 2피리어드를 3대 2 박빙으로 마쳤다. 그리곤 3피리어드에서 내리 2점을 획득한 뒤 끝까지 골문을 지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ABC 아나운서 앨 마이클스는 “여러분은 기적을 믿습니까? 예스!”라는 전설이 된 중계 멘트를 남겼다.
1984년 유고 사라예보 올림픽 아이스하키 금메달은 다시 소련이 차지했고, 미국팀은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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