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물 올라오는 '역류성 식도염', 누울 때 왼쪽이 좋아

입력
2023.02.19 09:08
수정
2023.02.19 11: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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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 환자 가운데 20~30대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 환자가 크게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역류성 식도염 환자 가운데 20~30대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젊은 환자가 크게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녁 식사를 후루룩 마친 뒤 곧바로 소파에 누워 TV나 스마트폰 등을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음식물이 소화되기 전에 누우면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못하게 막는 ‘하부 식도 괄약근’이 약해진다. 이 때문에 위산이 식도로 올라와 속이 쓰리거나 신물이 오르는 증상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이 같은 ‘역류성 식도염(Gastroesophageal Reflux DiseaseㆍGERD)’ 증상은 위산억제제를 복용하면 없앨 수 있다.

◇가슴 쓰리고 신물 오르는 증상이 대표적

역류성 식도염은 위(胃)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가슴 쓰림ㆍ위산 역류 등을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최근 꾸준히 늘면서 매년 400만 명 넘게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20~30대 환자가 100만 명에 다다를 정도로 젊은 층도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대 위ㆍ식도 역류 질환 진료 인원은 2016년 33만9,737명에서 2020년 42만760명으로 늘었다. 30대는 2016년 49만3,491명에서 2020년 52만3,930명으로 증가했다.

역류성 식도염은 가슴 중앙부 명치 부근에 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신물이 올라온다. 협심증과 비슷한 가슴 통증, 만성 기침, 속 쓰림, 목 이물감과 이유 없이 목이 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럽심장저널 등에 따르면 가슴 통증 원인 가운데 42%가 역류성 식도염 등 소화기 질환 때문이었다. 뒤를 이어 허혈성 심혈관 질환 31%, 근골격계 증후군 28%, 심낭염 4%, 폐렴ㆍ늑막염 2%, 대동맥류, 대동맥판 협착증, 대상포진이 각각 1%로 나타났다.

박준철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증상만 살피면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체질량지수(BMI) 3.5만 줄여도 40% 감소

역류성 식도염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잘못된 생활 습관이 원인으로 꼽힌다. 매운 음식, 감귤류 과일, 탄산음료, 커피(디카페인 포함), 초콜릿, 홍차, 박하, 고지방식은 하부 식도 괄약근을 약화시키므로 되도록 삼가는 게 좋다.

위산 역류가 발생하기 쉬운 식사 후 3시간 안에는 눕지 말고 야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이재호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서울성모병원 건강검진센터를 찾은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식후 2시간 이내 눕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위염 발생 위험이 59%, 위암 원인이 되는 위축성 위염은 62% 각각 더 높았다.

식사 후 탄산음료나 커피를 마시면 소화가 잘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는 오히려 하부 식도 괄약근 활동을 약화시켜 위산이 역류하게 만든다.

전정원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특히 복부 비만이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나 식도선암의 전 단계인 바렛 식도(Barrett’s esophagus)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했다.

꽉 끼는 옷과 위산 분비를 늘릴 수 있는 알코올, 신맛이 나는 과일도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기 위해 피하는 게 좋다. 비만이라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증상이 악화됐을 때 먹은 음식·식품을 기록해 반복되면 섭취를 제한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를 3.5㎏/㎡만 줄여도 역류성 식도염을 40%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만성화되면 식도 협착 등 합병증 유발

역류성 식도염은 대부분 산(酸)억제제(양성자 펌프 억제제ㆍPPI) 같은 약물로 먼저 치료를 시작한다. 보통 4∼8주간 1차 약물 치료 단계에서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치료 종료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임의로 중단하면 1년 이내 50% 이상 재발하기 때문이다.

생활 습관을 고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음식을 먹은 후 3~4시간이 지나기 전엔 눕지 않는 게 좋다. 누울 수밖에 없다면 위가 있는 왼쪽으로 돌아서 눕는 게 그나마 좋다. 왼쪽으로 잘 때 식도가 위산에 노출되는 정도가 낮았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 결과도 있다.

먹을 음식도 신중하게 고른다. 치킨, 피자 같은 기름진 음식이나 커피, 초콜릿 등 카페인이 든 음식은 하부 식도 괄약근 운동을 저해해 위산이 잘 역류하도록 한다. 매운 음식도 해롭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이 분비되는 위산의 양을 늘리기 때문이다. 사과ㆍ레몬ㆍ오렌지 등 산도가 높은 과일도 되도록 먹지 않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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