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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에 발견하면 생존율 30%…난소암, 20대 젊은 환자 늘어

입력
2023.02.12 09:00
수정
2023.02.13 17:1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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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새 33% 증가…유전자 변이 진행성이면 '표적 치료제' 효과

난소암은 여성암 사망률 1위일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난소암은 여성암 사망률 1위일 정도로 치명적이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난소암은 나팔관과 난소에서 암이 발생한 뒤 암세포가 씨를 흩뿌리듯 퍼져 나가는(파종) 특징이 있다. 특히 복막 파종(장기를 둘러싼 복막에 암세포가 자라는 것)이 잘 나타난다. 이 때문에 난소암에 걸리면 47%가 목숨을 잃어 ‘여성암 사망률 1위’일 정도로 고약한 암이다.

그럼에도 국내 난소암 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6년 1만8,115명에서 2019년 2만4,134명으로 3년 새 33.2%가량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9년 새로 진단된 난소암 환자 가운데 50~60대 환자가 1,408명(전체의 49%)이었다. 하지만 20대 이하 젊은 환자도 6%로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난소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49.3%(1,425명)가 3기에 발견됐고, 1기 25.9%(748명), 2기 18.4%(530명), 4기 6.4%(185명) 순이었다. 난소암 환자의 56%가 원격 전이된 3~4기에 발견되고 있다(2019년 기준).

이 때문에 난소암 5년 생존율은 64.5%로 유방암(93.6%), 자궁내막암(89%), 자궁경부암(80.5%) 등 다른 여성암보다 크게 낮다. 특히 병기(病期)가 높을수록 떨어져, 1기에 발견되면 85%이지만 2기 65%, 3기 30%, 4기 20% 미만으로 생존율이 뚝 떨어진다.

◇가족력ㆍ비만ㆍ식습관 등이 원인 꼽혀

난소암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여러 원인 인자는 알려져 있다.

우선 ‘가족력’이 꼽힌다. 부모 또는 가까운 친척이 난소암에 진단됐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본인 병력’이다. BRCA1/2나 린치증후군 같은 유전적 변이가 있거나 난소암ㆍ자궁암ㆍ대장암 등 과거 병력이 있을 때다. 자궁내막증 병력도 난소암과 관련 있을 수 있다.

이 밖에 한 번도 출산한 적이 없거나 임신이 잘 되지 않아도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식습관이나 비만도 관련 있다. 또 10년 이상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만 복용해도 난소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젊은 여성에게서 난소암 발생이 증가하는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임신 혹은 출산하는 여성이 줄고 있다는 점과 고지방ㆍ고칼로리 식품을 섭취하는 식습관ㆍ비만 등이 관련 있을 수 있다. 난소암은 임신 또는 출산을 하지 않아 배란이 계속되어도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조현웅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초기에 진단된 환자는 대부분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병변이 발견되는 경우”라며 “난소암은 상당히 진행돼도 증상이 거의 없고 복통ㆍ복부 팽창ㆍ질출혈ㆍ위장장애ㆍ소화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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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이 난소암이면 ‘표적 치료제’ 효과

난소암의 기본적인 치료는 병기에 상관없이 개복 수술로 가능한 한 모든 종양을 제거한 뒤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다.

초기라면 항암 치료를 하지 않거나, 환자가 미혼이거나 임신이 필요하면 암이 발생한 한 쪽 난소만 제거하고 경과 관찰을 하기도 한다. 또 초기이거나 병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으면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도 시행한다.

난소암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절제해야 예후가 좋다. 하지만 난소암은 복강 내에 광범위하게 종양이 퍼지므로 종양이 위ㆍ소장ㆍ대장ㆍ횡격막ㆍ간ㆍ비장까지 침범하기도 해 완전 절제가 어려울 때가 많다.

따라서 수술 전 다학제 진료를 통해 종양을 완전 절제할 수 있는 수술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수술 후 항암 치료나 재발했을 때 수술 또는 항암 치료 등 치료 계획 수립에 다학제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난소암과 관련된 새로운 표적 치료제와 치료법 등장으로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난소암 환자의 50% 정도는 DNA 복구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관찰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BRCA1/2 변이로 난소암의 15~20% 정도 보고된다. 이런 변이가 있는 난소암은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같은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저해제’ 등 표적 치료제가 큰 효과를 나타낸다.

김용범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서 수술 및 1차 항암 치료 후 표적 치료제로 유지 치료를 했을 때 무병 생존 기간을 40개월 넘게 연장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진행성 난소암, 즉 예후가 좋지 않은 난소암 환자에게 치료제가 생겼다”고 했다.

난소암을 조기 진단하려면 자궁ㆍ난소 상태를 확인하는 골반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CA-125)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난소암 발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여성은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BRCA 변이가 있으면 DNA 복구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유방암ㆍ난소암 등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난소와 난관을 절제하면 암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BRCA 검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가족력이 있거나, 난소암 또는 BRCA 변이 위험이 높은 유방암을 진단받은 사람이다. 부모가 BRCA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변이가 유전될 확률은 50%다.

난소암에서 항암 치료와 수술 후 하이펙(HIPECㆍ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 시술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재발 위험이 40%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펙은 41도 정도로 데운 항암제를 복강 안에서 90분 정도 순환시키는 것이다. 난소암이 복강에서만 발생하는 것과 암세포가 열에 약하다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이는 수술 후에 복강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이정윤ㆍ이용재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교수 연구팀은 2015~2019년 항암 치료와 수술을 받은 난소암 3, 4기 환자 123명을 연구했다. 이 가운데 하이펙 시술을 받은 환자는 43명이었다. 연구 결과, 항암 치료와 수술로 난소암 크기를 1㎝ 이하로 줄이고 하이펙 시술을 받으면 생존 기간이 1.5배 증가했다.

하이펙 환자군 무진행 생존 기간(종양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생존한 기간) 중앙값은 23.6개월로 대조군(15.8개월)보다 7.8개월 길었다. 재발 위험은 하이펙 환자군에서 대조군보다 40% 정도 낮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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