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눈까지 뻑뻑한데…

입력
2023.02.09 17:32
수정
2023.02.09 17:51
구독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쇼그렌증후군' 의심해야

눈과 입이 건조해지는 증상이 3개월 이상되면 '건조증후군'으로 불리는 쇼그렌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눈과 입이 건조해지는 증상이 3개월 이상되면 '건조증후군'으로 불리는 쇼그렌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눈과 입 속이 건조해졌다고 호소하는 이가 늘고 있다. 겨울철 일시적으로 입이나 눈이 건조한 증상은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입과 눈, 코 점막, 피부 등이 마르고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증상이 기저 질환이나 다른 약을 복용하지 않는데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건조증후군’으로 불리는 ‘쇼그렌증후군(Sjogren's syndrome)’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중후군은 40~5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1933년 눈과 입이 건조해지는 증상과 류마티스관절염이 동반한 환자를 처음 보고한 스웨덴 안과 의사 쇼그렌의 이름에서 따왔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이 아닌 정상 세포를 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하는 정상적인 신체 조직이나 세포에 대한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침ㆍ눈물 감소해 건조 증상 호소

쇼그렌증후군이라면 침샘이나 눈물샘처럼 인체 밖으로 액체를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면서 침과 눈물이 감소해 건조하다고 호소한다. 환자가 느끼는 건조증상과 함께 병리학적으로 분비샘 염증과 자가 항체가 확인되면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김문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안구 건조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거나, 물 없이 음식 섭취나 말하기 힘들거나, 피로감이 심각하거나, 관절염 증상이 동반되거나, 호흡기ㆍ피부ㆍ소화기계에 이상이 생겼다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쇼그렌증후군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과 감염에 대한 이상 면역반응, 자율신경계 장애, 호르몬 이상 등이 발병 원인으로 추정된다.

증상은 외분비 증상과 외분비샘 외 증상으로 나뉜다. 외분비 증상으로 눈의 각막과 결막을 덮는 상피 세포가 파괴되면서 건조 각결막염이 발생한다. 또 침 생산이 줄어 점막이 건조해지기에 입안에 작열감이 느껴지고 말을 오래 하거나 음식을 삼키는 것이 힘들게 된다.

비강과 기관지 등 호흡기 점액 분비가 감소하면서 여러 가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고 소화액 분비량이 줄어들어 음식물이 역류하거나 위염ㆍ소화 장애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외분비샘 외 증상은 관절염과 피부 질환이 대표적이다. 쇼그렌증후군에서의 관절염은 류마티스관절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류마티스관절염과 달리 뼈가 깎이는 골 침식은 일어나지 않는다.

쇼그렌증후군 환자의 절반가량에게서 관절염이 동반한다. 또 햇빛에 민감해지면서 약한 햇빛에도 가려움ㆍ발진 등이 나타난다.

쇼그렌증후군 진단은 구강 건조증, 안구 건조증, 조직 검사, 침샘 검사, 혈청 내 자가 항체 검사 등으로 진행된다. 이 중 일정 개수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면 쇼그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추가로 침샘 조직 검사로 확진한다. 검사는 침샘과 눈물샘의 분비 기능을 측정하거나 입술 부위의 작은 침샘 조직을 떼어내 검사할 수 있다. 각막ㆍ결막 손상 여부를 검사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이기에 혈액검사로 자가 항체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입 속 마르지 않도록 물 자주 마셔야

쇼그렌증후군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꾸준한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대증(對症) 치료와 함께 질병의 근본 원인인 자가면역 염증 조절 치료를 동시에 진행한다.

치료는 1차적으로 인공 눈물ㆍ인공 타액 등을 사용해 건조함을 느끼는 환자의 불편감을 줄여주는 치료가 진행된다. 또 피부 건조 시 보습제를 사용하도록 하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게 한다.

병적 증상이 나타나면 스테로이드 약물을, 관절통ㆍ근육통이 생기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나 항말라리아제를 각각 사용한다.

김재훈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치료법이 없다고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며 “생활 습관 개선으로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므로 꾸준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건조 증상을 조절하려면 생활 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피하며 식후에는 양치질과 금연을 실천한다. 가습기 등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평소 먹는 약이 있다면 주치의와 상의 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무설탕 껌을 씹어 침샘을 자극하는 것도 침샘 분비에 도움될 수 있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커피ㆍ홍차ㆍ녹차 등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구강 건조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되도록 삼가야 한다.

안구 건조를 예방하려면 눈 피로를 줄 수 있는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 등을 피하고 인공 눈물을 자주 넣어 안구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가습기로 습도를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재훈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은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류마티스내과의 정기적인 진료로 눈과 입 이외의 침범 여부를 확인해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간혹 환자 가운데 증상과 통증이 없어졌다고 약물을 임의로 끊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