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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75% 막혀도 증상 없는 '말초 동맥 질환', 다리 절단해야 할 수도

입력
2023.02.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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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골·하지동맥폐쇄증, 조기 치료 않으면 심하면 사망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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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은 다양한 원인으로 막히거나 터지면 크게 문제가 된다. 심근경색ㆍ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장골동맥폐색증ㆍ하지동맥폐색증ㆍ복부 대동맥 등 혈관 질환도 해당한다. 이들 두 질환은 혈관이 75% 정도 막힐 때까지 전조 증상이 없기에 양팔과 양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야 진단할 수 있다. 혈관 질환에 대해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에게 알아봤다.

◇식생활 서구화로 늘고 있는 혈관 질환

심각한 동맥 혈관 질환으로 다리 괴사를 유발하는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 ‘배 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복부 동맥류’ 등이 있다.

이들 혈관 질환은 대개 처음에 혈관이 막히기 시작하면 혈관에 신경이 없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 75% 정도 혈관이 막혔을 때 비로소 증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혈관 질환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식생활 서구화다. 기름진 음식은 혈관에 노폐물을 쌓이게 만들고 석회화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혈관 지름이 좁아지고, 점점 막히면서 혈액이 온몸으로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나쁜 생활 습관도 혈관 질환을 부추긴다. 운동 부족은 혈관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흡연은 장기적으로 혈관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악화시킨다.

◇‘배 속 시한폭탄’ 복부 대동맥류

혈관 특히 동맥 질환 중에서 가장 위험한 질환은 ‘복부 대동맥류 파열’이다. 대동맥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다가 어느 순간 압력이 높아지면서 파열한다.

심장에서 내려오는 혈액이 모두 배 속으로 빠져나간다.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률이 20%, 30분 이내 응급실에서 수술실에 올라간다고 해도 그 중 절반 밖에 살리지 못한다.

시시각각 환자 상태가 나빠지므로 마취와 동시에 곧바로 소독하고, 혈관조영제를 넣어 터진 부위를 확인해 수술을 시행한다. 터진 혈관을 막을 때까지 40분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복부 대동맥류의 가장 큰 원인은 혈관 노화다. 고령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데, 실제 환자 연령대를 보면 60대부터 늘어난다. 여기에 당뇨병ㆍ고혈압 등 혈관건강이 안 좋은 사람에게 많이 나타난다. 여성은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의 보호 작용으로 인해 남성에 비해 발생률이 낮다. 하지만 여성은 더 작은 혈관에서 파열되고, 파열된 뒤에도 사망률이 더 높다는 특징이 있다.

◇스텐트 삽입술로 수술 시간 단축, 생존률 높여

복부 대동맥류는 일단 파열되면 이전에는 무조건 배를 열고 터진 혈관을 찾아 윗부분을 박리한 뒤 인조 혈관을 덧대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혈액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혈관을 박리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피부에 작은 구멍을 뚫고 이곳으로 풍선을 집어넣어 우선 혈액이 쏟아져 나오는 혈관을 막는다. 그리고 스텐트를 넣어 혈관 통로를 확보하거나, 인조 혈관을 덧대어 터진 곳을 막는 시술을 한다. 개복술보다 걸리는 시간이 적고 생존율도 높일 수 있다.

◇다리 괴사 부르는 장골·하지동맥폐색증

말초동맥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은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이다. 장골동맥은 복부 대동맥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골반 안에 있는 큰 동맥으로, 동맥 경화나 혈전으로 막히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증상이 매우 애매해 다른 질환과 헷갈릴 수 있다. 걸을 때 종아리나 엉치가 터질 것 같이 아프고, 잠시 쉬면 증상이 가라앉는데,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오인할 수 있다. 때문에 고관절과 척추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반드시 장골동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골동맥폐색증, 걷을 때 아프지만 쉬면 괜찮아

디스크는 움직임이나 자세 변화가 일어날 때 통증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질환을 포함한 말초혈관 질환은 걷거나 달릴 때 다리에 통증이나 경련이 있지만 쉬면 증상이 금방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

혈액이 통하지 않는 막힌 쪽 다리가 차가운 느낌도 든다. 따라서 엉덩이 부위부터 허벅지 쪽으로 이어지는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혈관외과에서 검사를 한번 권한다. 초기에는 통증 정도 나타나지만 심해지면 피가 통하지 않아 조직이 괴사하기 때문이다.

◇발ㆍ다리 괴사 부르는 하지동맥폐색증

하지동맥폐색증도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고혈압ㆍ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늘어나면서 50대 환자도 적지 않게 증가했다. 장골동맥폐색증 같은 말초혈관 질환이어서 증상도 비슷하다. 걷거나 달릴 때 다리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하고 휴식을 취하면 증상이 곧 가라앉는다. 질환이 진행하면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발가락 색깔이 검게 변하며, 발의 상처도 잘 낫지 않으며 심하면 다리 괴사될 수 있다.

◇양팔ㆍ다리 혈압 측정으로 진단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의 진단은 간단하다. ‘동맥 경화 협착 검사’를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혈압 차이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발목 혈압과 위팔 혈압의 비율이 0.9 이하(발목 혈압이 10% 이상 낮을 때)면 의심할 수 있으며,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확진한다. 장골동맥폐색증과 하지동맥폐색증은 치료법도 같다. 사타구니 피부를 0.5㎝ 절개하고 가느다란 와이어를 넣어 칼슘을 깎아내거나 풍선으로 넓힌다. 이것이 어려우면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 흐름을 확보한다(경피적 혈관 중재술).

◇건강한 혈관 지키는 방법은?

건강한 식생활과 운동 등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고지방식과 고칼로리 식단을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운동은 혈관 탄력을 강화하는 최고의 예방법이다. 심폐 운동 뿐만 아니라 근육을 키워주는 근력 운동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흡연은 혈관에 가장 큰 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흡연하면 혈관 질환이 4~8배 늘어난다.

혈압과 혈당 관리도 중요하다. 혈관에는 신경이 없어 혈관이 망가지는 것을 초기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고령인도 혈관 질환 고위험군이므로 나이 들수록 혈관 건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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