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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약 청정국 아니다… 30% "마약 마음먹으면 쉽게 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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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와 재벌가, 심지어 일반인들까지 연루된 마약 스캔들 소식이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마약 관련 내용을 다룬 영화, 드라마도 연일 쏟아져 나온다. 금기시되던 ‘마약’이라는 소재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약에 대한 위험 인식이 약화되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도 마약 문제가 심각해졌다며 출범 초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정부의 우려처럼 국민들의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무너진 것일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이 지난해 12월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마약과 관련한 전반적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응답자의 76%가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며, 10명 중 8명(79%)에 달하는 국민이 현재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7%가 ‘과거에는 마약 청정국이었으나 현재는 아니다’, 22%는 ‘오래전부터 마약 청정국이 아니었다’고 응답했는데, 한국 사회의 마약 문제는 과거보다 더 심각해진, 혹은 이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30%는 국내에서 직접 마약류를 구하고자 할 경우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47%는 ‘어렵겠지만 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4명 중 3명 이상(77%)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약 구입이 가능하다고 인식할 정도로 마약이 우리 삶 가까이 침투했음을 보여준다.
응답자 절반(49%)이 한두 가지 마약류의 이름만 들어보았고, 27%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응답해 마약류를 잘 모른다는 응답이 76%에 달했다. 마약 종류와 각 종류별 특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경우는 2%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에서 마약 문제는 심각해졌고, 심지어 마약 구입도 가능하다고 볼 정도이지만 마약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익숙할 뿐 많은 국민에겐 여전히 금기시되는 대상인 것이다.
국민들은 마약과 마약 사용자 모두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 마약류(91%), GHB, LSD 등 식약처 지정 임시마약류(89%), 본드, 아산화질소 등 화학물질관리법상 환각물질(92%) 모두 10명 중 9명이 위험하다고 답했다. 마약 사용자에 대해서도 ‘도덕성이 부족하다’(80%), ‘마약 문제 외에도 사생활이 문란할 것이다’(78%), ‘다른 범죄 경력도 있을 것이다’(67%)라는 의견에 다수가 동의하였다. 마약과 마약 사용자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전 연령 층에서 높게 나타나, 젊은 층에서의 위험 인식이 약화되고 있다는 정부의 우려와는 달랐다. 모든 국민이 마약 문제에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약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인식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기호 목적으로 마약을 소비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라는 의견에 전체 응답자의 77%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결과들은 한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마약에 상당한 거부감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처벌 강화 목소리로 이어졌다. 현행 양형 기준과 실제 실형 선고율을 제시하고 국내 마약류 범죄의 처벌 수준에 관한 생각을 물은 결과, 88%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답했다. 상당수가 마약류 범죄의 처벌이 부족하다고 보는 동시에, 실질적인 처벌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의 마약 사용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유명인의 마약 소비 사실이 알려질 경우 법적인 처벌에 더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중처벌’을 겪는 것은 가혹하지 않다는 응답이 80%였다.
마약김밥, 마약베개 등 상품명에 ‘마약’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의회에서는 마약 명칭 사용이 마약 사용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마약류 상품명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마약을 가볍게 보는 사회적 인식을 막아 마약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러한 조치에 대해 응답자의 64%가 적절한 조치라며 동의해, 적절하지 않은 조치라는 응답(26%)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마약류 범죄에 대해 처벌뿐만 아니라 수사와 단속의 측면에서도 보다 강도를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전국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마약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8%가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의 마약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마약청’이라는 구체적인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국의 ‘마약단속국’과 같이 우리나라에도 마약범죄 수사기관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었는데, 전체 응답자의 78%가 국내 ‘마약청’ 신설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고, 어렵지 않게 구입이 가능하다고 생각될 만큼 마약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응답자가 마약은 위험하고, 마약 사용자를 도덕성이 부족하거나, 사생활이 문란할 것이라 생각하는 등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약의 위험성, 경계심은 단속, 처벌 강화와 예방을 위한 정책 요구로 강하게 드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에서의 마약은 종류와 특징이 어떠하든 간에 부정적 인식이 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는 마약 스캔들, 과도한 양의 보도가 많은 사람들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어쩌면 마약문제는 일부 사람들에게서 반복되는 문제일 뿐일지도 모르며,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꺼려지고 피하게 되는, 아직까지는 금기시되는 대상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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