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과 갈등 심화... 오세훈 강조 '약자와의 동행' 어디에

입력
2023.02.07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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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족, 분향소 갈등 일촉즉발
전장연 사태도 원칙만, 시위 장기화
吳 '약자와의 동행' 취임 선언 무색

6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철거 2차 계고장을 전달하러 온 시 관계자와 유족들이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철거 2차 계고장을 전달하러 온 시 관계자와 유족들이 대치하고 있다. 뉴시스

‘약자와의 동행’을 취임 일성으로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작 약자와의 ‘대화’에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면서 진정성에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며 유족들에게 한 약속은 분향소 설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변질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 사태도 대화와 설득에 실패한 탓에 시민들의 불편은 진행형이다.

6일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설치된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두고 2차 계고장을 유족 측에 보냈다. 계고장 통보 직후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시는 법 집행기관으로서 단호한 원칙이 있다”면서 “불법적으로 광장을 점유한 시설을 온정만으로 방치하면 무질서를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시민들 간 충돌이 우려된다”며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러자 유족들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맞서 양측의 대립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원래 유족 측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옆 세종로공원에 분향소 설치를 희망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원 조성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시 고위 관계자는 불허 사유로 “정치 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유족들은 4일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만들었다. 참사 후 오 시장이 보인 입장과 100일이 지난 지금 서울시의 태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이날 유족은 분향소 난로 반입 문제로 경찰과 충돌한 뒤 시청사 진입을 시도하면서 “오 시장의 눈물을 진심으로 믿었다”고 울부짖었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1일 참사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유족분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 등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돌변한 서울시의 태도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하던 유족들의 분노가 방향을 튼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날 유족들은 “오 시장은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첨예한 갈등 사안을 놓고 대화보다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는 서울시 입장은 전장연 사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 시장은 전장연을 “사회적 강자”로 규정하면서 시위 중단만 되뇌었다. “여론을 등에 업은 오 시장이 장애인단체를 코너로 몰고 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타협점 도출에 실패하자 전장연은 13일부터 시위를 재개해 결과적으로 시민 불편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 취임 8개월 만에 약자와의 동행 선언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한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는 “집단적 죽음이 낳은 고통이 때로 과하게 느껴지더라도 시 당국은 심리적 상처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대화ㆍ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트라우마 극복에 필요한 심리적 시간은 행정적 시간보다 훨씬 길다”면서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피해자가 외려 가해자로 뒤바뀌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 잉태된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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