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절대 안 돼"… 목도리 서로 묶고 광장 분향소 지키는 이태원 유족들

입력
2023.02.06 19: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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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분향소 반입 경찰 막자 반발·충돌
서울시 "8일 13시까지 철거" 2차 계고
유족 "아무리 통보해도 끝까지 지킬 것"

6일 오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최주연 기자

6일 오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최주연 기자

“난로가 흉기인가요? 아이들 추울까 봐 가져온 건데 왜 막나요.”

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유족 A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 4명이 전기난로를 분향소에 들이려 하자 순식간에 경찰관 10여 명이 달려들어 막은 것이다. 유족들 입에선 “차라리 우리가 죽었으면 좋겠다” “해도 너무한다”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고 최민석씨 어머니는 경찰에 항의하다 뒤로 넘어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서울광장 분향소를 둘러싼 갈등이 점차 격해지고 있다. 불법 시설물을 이유로 “강제 철거”를 못 박은 서울시에 맞서 유족 측도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원래 이날 예정된 철거 시한을 이틀 뒤로 미뤘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충돌은 불가피하다.

6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 앞에서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가 충돌의 원인이 된 난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

6일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 앞에서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가 충돌의 원인이 된 난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최주연 기자

분향소 운영을 두고 서울시와 경찰은 원칙론을 되뇌고 있다. 이날 문제가 된 전기난로만 해도 길이 1m도 안 되지만, 경찰은 5분간 반입을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광장이 시청 관할이라 시 관계자에게 반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분노한 유족들은 “왜 사소한 것까지 검열하느냐”고 항의하면서 시청 입구로 가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경찰은 유족의 시청 진입을 막기 위해 경력을 약 100명으로 늘려 펜스 앞을 이중ㆍ삼중으로 감쌌다. 고 이지한씨 어머니 조미은씨 등은 펜스를 넘어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 2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근처를 지나던 한 시민은 “이렇게 많은 경찰이 왜 사고가 일어난 날엔 없었느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시민단체와 유가족협회는 서울광장에 안정적인 추모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시가 분향소 공간으로 제안한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대해서도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저희 목소리가 사그라들 때까지 땅속 깊이 들어가서 숨 못 쉬고 죽으라는 거냐”며 “(서울광장에) 많은 국화꽃과 카네이션으로 치장된 우리 아이들의 마지막 분향소를 차려달라”고 호소했다.

6일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에서 유족들이 빨간색 목도리를 이어 하나로 만드는 등 분향소 사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주연 기자

6일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광장에서 유족들이 빨간색 목도리를 이어 하나로 만드는 등 분향소 사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주연 기자

시는 이날 오후 늦게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라는 내용의 2차 계고장을 시민대책회의와 유족 측에 전달했다. 당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철거를 강행한다는 경고다. 유족이 수령을 거부했지만 시는 전날처럼 법적 통보는 완료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족 측이 절대 사수를 외치고 있어 분향소 갈등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서울시가 계고장을 10장, 100장 보내도 끝까지 이곳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빨간색 목도리를 연결해 서로의 손에 두른 채 분향소 앞 찬 바닥에 주저앉는 등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보수단체의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접근을 막아달라며 유가족협의회가 신자유연대와 김상진 대표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은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소희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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