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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00일, 분향소 설치에 서울광장은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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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을 사람 취급도 안 하면서 분향소도 못 차리게 하다니요.”
이태원 참사 100일째인 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10ㆍ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조경미씨는 동생의 영정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전날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몸싸움 도중 의식을 잃어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조씨는 “6일까지 자진 철거를 안 하면 공무원이 강제로 들이닥칠 거란 소식에 벌써 겁이 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추모의 시간이 돼야 할 참사 100일이 분향소 설치 논란으로 얼룩졌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추모 공간이라도 허락해달라고 호소하지만, 서울시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를 강행할 태세다. 절충을 모색할 지점도 보이지 않아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측의 마찰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추모대회를 전후로 이미 감지됐다. 당초 유족 측은 행사 장소로 광화문광장을 점찍고, 분향소도 이곳에 설치하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모두 불허했다. 오히려 시는 유족 측의 기습 분향소 설치에 대비해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까지 했다. 이에 경찰은 3일 저녁부터 광장 세종로 공원에 기동대를 투입했고, 4일엔 버스로 아예 차벽을 쳐 광장 접근을 막았다. 기동대 경력도 6,000명이나 투입했다.
광화문광장이 원천 봉쇄되자 유족들은 추모대회 장소를 서울광장으로 변경했다. 4일 오전 11시부터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서울광장까지 5㎞가량을 행진한 후 오후 1시 20분쯤 서울광장 내에 있는 서울도서관 정문 왼쪽에 분향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눈에 잘 띄고 시민 왕래가 많은 장소를 고른 것이다. 갑작스러운 분향소 설치를 시 공무원 70여 명이 막아섰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도 일어났다. 1시간 대치 끝에 유족들은 오후 2시 분향소에 영정을 올린 뒤 추모대회를 이어갔다.
시는 이날 저녁 10ㆍ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측에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전달하려고 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유족 측 항의로 실패했으나, 시는 법적으로 계고장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서울시가 6일 강제 철거를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종철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추모제에 참석해 “서울시가 천막 분향소를 철거하러 오면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유족들은 번갈아 24시간 분향소 앞을 지킬 계획이다.
유족 측 반발이 거센 만큼 시가 분향소의 불법성을 부각하며 명분 쌓기 시간을 좀 더 가질 수도 있다. 행정법 전문 신상민 에이앤랩 변호사는 “통상 물리적 동원이 부담될 때 2, 3차 계고장을 보내 자진 철거 기한을 늘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 추모객이 줄을 이었다. 이날 자녀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은 서울 마포구 주민 박모(52)씨는 “이태원 참사는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며 “상징적인 공간에서 슬픔을 나누자는 걸 왜 막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구 주민 이모(60)씨도 “국가와 지자체가 법을 내세우기 전에 지금도 고통받는 유족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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