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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당뇨병 부르고, 당뇨병은 췌장암 부른다

입력
2023.01.29 07:20
수정
2023.01.30 20:4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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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5.2%에 불과할 정도로 '최악의 암'이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할 때가 많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5.2%에 불과할 정도로 '최악의 암'이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할 때가 많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이자’로 불리는 췌장은 명치 끝과 배꼽 사이에 위치한 소화기관이다. 각종 소화 효소와 인슐린을 분비해 장내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을 조절한다.

췌장암은 치료 경과(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최악의 암’으로 불린다. 지난해 12월 말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0년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규 암 환자 24만7,952명 가운데 췌장암 환자는 8,414명으로 ‘암 발생 8위’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진단받은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이 15.2%로 전체 생존율(71.5%)의 5분의 1에 그쳤다. 조기 발견율도 5% 이하로 아주 낮은 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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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8,000여 명 걸려, 암 발생 8위

췌장암 발생 위험 인자로는 흡연, 가족력, 만성 췌장염, 고열량 및 고지방 식사, 남성, 50세 이상의 성인, 방사선, 화학물질, 오래된 당뇨병 등이다.

특정 유전자(BRCA, ATM 등) 결함으로 인한 췌장암이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가족 중에 췌장암 환자가 2명만 있어도 암에 걸릴 확률이 10배 이상 높아진다(가족성 췌장암).

그런데 췌장암은 주로 전이된 뒤인 3, 4기에 발견되기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 생존율이 크게 낮은 이유로 다음 3가지를 꼽았다.

①조기 발견이 어려워서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당뇨병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복통ㆍ황달ㆍ체중 감소 등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암이 진행된 상태다.

②수술이 까다롭다. 췌장암 치료를 위한 최선책은 수술이지만, 진단 시점에서 수술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낮다. 3기는 암세포가 췌장 주변 동맥까지 침범한 상태이고, 4기는 암세포가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돼 수술하기 어렵다.

③재발 가능성이 높다. 다른 암은 1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이 95~100%이고 항암 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반면 췌장암은 재발이 잦아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30%로 낮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는 “췌장 머리에 생기는 암이라면 황달이 흔히 나타나지만, 몸통ㆍ꼬리에 췌장암이 발생하면 초기 증상이 소화기 질환과 비슷하고 암이 악화하면 복통과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고 했다.

◇가족력ㆍ만성 췌장염 있으면 정기검진해야

안타깝게도 췌장암과 담낭(담도)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검진법은 없다. 따라서 가족력 등 유전적 고위험군이나 당뇨병에 노출됐다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검사, 종양 표지자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방승민 연세암병원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 고위험군 중 유전적 고위험군과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이 췌장암에 노출됐거나, 최근 3년 이내 당뇨병 진단을 받았거나, 만성 췌장염이 있다면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췌장암일 때 재발 위험이 높으면(종양이 크거나, CA19-9 같은 혈중 종양 표지자 수치가 높음) 1기일 때도 수술 전 선행 항암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3ㆍ4기 췌장암은 종양이 췌장 주변 주요 혈관을 침범하거나 간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췌장암이기에 수술보다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췌장암 치료는 사용하는 약 종류에 따라 3제 요법(5-fu 외 2개 약제 사용)과 2제 요법(젬시타빈, 아브락산)으로 구분한다. 3제 요법은 한 달에 두 번 2박 3일간 입원하며 항암제를 투약하는 치료법이다.

2제 요법은 투약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아 1주일에 한 번씩 투약이 이뤄진다. 약물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면 다른 치료법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항암제는 세포 독성 약물이어서 간혹 정상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췌장암은 항암제 장기 투약 시 콩팥ㆍ신경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흡연ㆍ간접 흡연 등 위험 요인 피해야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수칙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흡연 등 위험 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필터를 통하지 않고 담배의 끝에서 바로 연기가 나오는 간접 흡연은 더 위험하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5배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고지방ㆍ고칼로리 식사를 피하고 과일·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당뇨병 예방 및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당뇨병은 췌장암 발병 원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췌장암으로 당뇨병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을 5년 이상 앓는 사람 가운데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췌장암을 진단받기 2년 이내에 당뇨병이 흔히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거나, 특히 55세 이상에서 가족력이 없이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췌장암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담낭암ㆍ담도암도 최악 면치 못해

‘쓸개’로 불리는 담낭은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담낭암도 5년 생존율이 5~10%에 불과한 ‘최악의 암’이다. 담도는 간에서부터 십이지장까지 연결되는 관으로 담즙을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담도암(담관암)의 5년 생존율은 28%다.

방승민 교수는 “담낭(담도)암은 원발 암 위치에 따라 수술법이 다양하다”며 “간외 담도에 발생한 담도암은 췌장 머리와 십이지장을 함께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하고, 간문부 및 간내 담도암은 간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한다”고 했다.

방 교수는 “담낭(담도)암은 간흡충 감염과 밀접한 상관성이 있다”며 “간흡충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민물 생선을 날로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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