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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부터 엘비스까지 '돈'이 그들을 일하게 했다

입력
2023.01.07 11: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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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단하우저의 그림 '피아노를 치는 리스트'. 산업혁명 이후 클래식이 대중화되면서 음악가들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표현력을 갈고닦았다.

요제프 단하우저의 그림 '피아노를 치는 리스트'. 산업혁명 이후 클래식이 대중화되면서 음악가들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표현력을 갈고닦았다.

“대중음악은 순전히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대규모 자본과 기술, 전문과 집단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생산과 판매, 유통이 불가능하다.”

표지를 열면 돈 소리가 짤랑 들린다. 그러고 보니 책 제목도 ‘음표 위 경제사’다. 클래식, 재즈, 로큰롤, 디스코까지 대중음악 흐름을 자본주의 변천사와 엮어냈다. 흔히 음악가들을 현실 너머 고상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오산. 밥벌이에 고뇌하고, 대중의 선택을 받기 위해 몸부림친 직업인의 면모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어렵게 여겨지는 클래식도 대중음악이 맞다. 모차르트(1756~1791)와 베토벤(1770~1827)의 차이만 해도 그렇다. 모차르트 시기 음악가들은 부유한 귀족의 후원을 받아먹고 살았다. 모차르트는 이에 저항해 프리랜서로 나섰는데, 음악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궁핍 속에 요절했다. 이후 1780년대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지갑이 두둑한 부르주아 계층, 대중음악 소비자가 탄생한다. 베토벤은 악보를 파는 것만으로 꽤나 벌었고, 대중의 사랑과 경제적 풍요 모두를 거머쥔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본주의와 음악은 닮았다. 새로움을 갈구한다. 1910년 미국 땅에서 태어난 재즈가 기회를 잡았다. 폭발적이고 리드미컬한 이 음악은 리코딩 음반 기술을 타고 상업적ㆍ대중적으로 성공한다. 사회, 경제, 기술,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 “경기가 좋을 때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곤 했다. 음반사는 리스크가 큰 작품에도 투자할 여력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 시도가 이뤄졌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신나게 머리를 흔들던 시기가 세계경제 호황기인 1950년대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어 록, 헤비메탈, 포크록 등 각종 음악 장르가 폭발적으로 개척됐고, 인류 최고의 밴드 비틀스가 지구를 점령했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자본주의가 멈춰 서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운영비가 비싼 밴드 음악은 무대에서 내려가고, 경제적인 디스크자키(DJ)가 고용됐다. 사회적 절망, 빈곤, 폭력을 노래한 힙합 역시 경기 침체의 산물.

저자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지만 최근 들어 경제와 음악 두 측면에서 ‘보수화’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진단한다.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음악 장르가 출현하지 못한 배경도 경제적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 저자 의견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보다 나은 경제 체제가 보다 풍요로운 문화를 만든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에 빠진다. 세계 경제와 음악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자본주의와 음악의 미래까지 시야에 넣은 책.

이두걸 지음ㆍ루아크 발행ㆍ603쪽ㆍ2만2,000원

이두걸 지음ㆍ루아크 발행ㆍ603쪽ㆍ2만2,000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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