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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병 89명 몰살당했는데…러시아 "병사들 휴대폰 때문"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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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미사일에 90명에 가까운 러시아 훈련병이 한꺼번에 몰살당하자,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훈련병들이 전쟁터에서 휴대전화를 쓰다가 우크라이나의 표적이 된 것인데, 러시아 군사 당국이 이를 사전에 통제하지 못하고 책임을 훈련병들에게만 돌리고 있어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쟁 초기 반복됐던 실수라면서 러시아군이 여전히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도네츠크주 마키아우카의 훈련병 임시 숙소에서 군인 총 8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폭사 사망자 수를 63명이라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공식 인정한 자국 사망자 수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건물에서는 약 600명이 취침 중이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다수가 지난해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린 30만 명 규모의 동원령으로 징집된 신병들이었다.
사망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 출신 인사인 이고리 기르킨은 “많은 수가 여전히 실종되어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백 명이 사망하고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실제 사망자가 최대 400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러시아는 폭사의 원인을 휴대폰 금지 규정을 지키지 않은 훈련병들에게 돌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병사들이 규정을 어기고 휴대폰을 대량으로 사용한 게 이번 비극의 명백한 원인”이라고 명시했다. 적군의 무기 사거리 안에서 여러 명이 기기 전원을 켰고 이때 발생한 신호가 첩보 체계 ‘에셜론(ECHELON)’에 잡혀 위치가 노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 군사 당국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식 병사도 아닌 훈련병의 휴대폰 사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놓고서, 피폭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돌리고 있어서다. 특히 러시아는 전쟁 초기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으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고 여러 번 패퇴한 적이 있다. 러시아가 반복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은 “러시아군은 배움이 없는 조직이다. 잘못하는 걸 깨달아야 배울 수 있는데 그런 문화가 없다”고 말했다.
많은 훈련병을 한곳에 몰아둔 것은 전략적 실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랜드연구소 소속 러시아군 전문가인 다라 매시콧은 “너무 많은 인원이 한 지점에 주둔한 게 결정적 실수”라면서 “대통령 동원령으로 징집된 병력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른 공습과) 다르다”고 짚었다.
징집된 신병들의 희생에 러시아 내부에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스크바 지방 의회의 안드레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국방부의 성명을 두고 “전시상황 중 위험한 결정을 내린 지도부 대신 사망한 병사들이 비난받는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연방 상원의원인 그리고리 카라신도 "방공망 등 군사적 방어 수단이 미비한 상태로 군인들을 한 건물에 몰아넣은 당국에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라 안팎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만 정작 군 통수권자인 푸틴 대통령은 침묵 중이다. 푸틴은 지난 2일 복무 중 사망한 방위군의 유족에게 500만 루블(한화 약 8,800만 원)을 지불하도록 하는 법령을 통과시키면서도, 이번 미사일 폭사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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