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이태원 국정조사 첫 청문회는 국민 보호 임무를 방기한 공직자의 무책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중이거나 기소한 현장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의식한 듯 책임을 부인했고, 컨트롤타워라 할 지휘부는 모르쇠였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상급기관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정부가 국민 목숨을 지키는 데에 실패하고도 "몰랐다" "보고가 없었다"며 총체적 책임 회피만 내보인 꼴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인파 통제에 실패하고 현장에 늑장 출동한 용산경찰서 이임재 전 서장, 수많은 112 신고에도 보고와 출동 등 대응을 전혀 하지 않은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정대경 전 팀장, 무정차 요구를 묵살한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이 출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상황을 명확히 몰랐다’고 답변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시간대별 무전 내용, 112 신고 내용을 들어 “어떻게 참사 상황을 모를 수 있느냐” “매뉴얼대로 대응한 것이 하나라도 있느냐”고 따졌으나 공허한 메아리였다.
경찰 지휘부도 책임 회피가 다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다는 이 전 서장의 반복된 주장에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교통기동대 1개 제대 요청 외에는 받은 바 없다”며 진실공방을 벌였고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겠다”고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 질문에 “사생활”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함께 포괄적·정무적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건만 책임지는 염치를 보이지 않았다. 전날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에는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혀 수사 또한 꼬리 자르기로 끝날 전망이다.
이날 김교흥 위원은 “여러분들이 눈만 뜨고 있었어도 159명의 젊은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공직자라면 이 질타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여야는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 활동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유족과 국민에게는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미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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