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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총체적 무책임만 보인 이태원 청문회

입력
2023.01.05 04:30
27면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윤희근 경찰청장과 대화를 시도하다 국회 경위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정회가 선포되자 윤희근 경찰청장과 대화를 시도하다 국회 경위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4일 이태원 국정조사 첫 청문회는 국민 보호 임무를 방기한 공직자의 무책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중이거나 기소한 현장 책임자들은 형사처벌을 의식한 듯 책임을 부인했고, 컨트롤타워라 할 지휘부는 모르쇠였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상급기관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정부가 국민 목숨을 지키는 데에 실패하고도 "몰랐다" "보고가 없었다"며 총체적 책임 회피만 내보인 꼴이다.

이날 청문회에는 인파 통제에 실패하고 현장에 늑장 출동한 용산경찰서 이임재 전 서장, 수많은 112 신고에도 보고와 출동 등 대응을 전혀 하지 않은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정대경 전 팀장, 무정차 요구를 묵살한 송은영 이태원역장 등이 출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상황을 명확히 몰랐다’고 답변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시간대별 무전 내용, 112 신고 내용을 들어 “어떻게 참사 상황을 모를 수 있느냐” “매뉴얼대로 대응한 것이 하나라도 있느냐”고 따졌으나 공허한 메아리였다.

경찰 지휘부도 책임 회피가 다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다는 이 전 서장의 반복된 주장에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교통기동대 1개 제대 요청 외에는 받은 바 없다”며 진실공방을 벌였고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겠다”고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 질문에 “사생활”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함께 포괄적·정무적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건만 책임지는 염치를 보이지 않았다. 전날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에는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혀 수사 또한 꼬리 자르기로 끝날 전망이다.

이날 김교흥 위원은 “여러분들이 눈만 뜨고 있었어도 159명의 젊은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공직자라면 이 질타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여야는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 활동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유족과 국민에게는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미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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