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을 단독 처리했다. 해당 법안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불참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국회 재표결 과정을 거치며 '강대강' 대치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11년 만의 여야 대표회담 성사에 따른 협치에 대한 기대와 달리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특검법 단독 처리는 처음이 아니다. 김 여사 특검법은 21대 국회 때인 지난해 12월 단독 처리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재표결 끝에 부결됐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5월(21대 국회), 7월(22대 국회) 단독 처리했으나, 윤 대통령은 두 차례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럼에도 야당이 법안 처리를 거듭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활용하는 동시에 거부권 남발을 유도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다.
여당도 정국 경색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이 주도한 특검법에 대해 '정치 특검'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 여사 관련 의혹과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서울고법이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김 여사와 유사한 의혹을 받는 '전주(錢主)'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오히려 대통령실과 여당의 김 여사 방어논리가 흔들리고 있다. 여당이 이날 필리버스터를 포기한 것도 김 여사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의식한 결정일 것이다. 그럴수록 윤 대통령의 눈치만 살필 게 아니라 민심을 받들어 자체 대안을 제시하면서 야당과 절충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특검법 충돌이 민생을 위한 협치 약속을 흔들어선 안 된다. 여야는 지난 1일 대표회담에서 합의한 '민생공통공약 협의기구'를 조속히 추진해 민생과 직결된 비쟁점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한시가 급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위해서도 의료계 설득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야 대표회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정치복원의 신호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새로운 정치의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민심이 바라는 것은 말의 성찬이 아니다. 싸우더라도 민생을 위해 협력하고 대화할 줄 아는 정치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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