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소방책임자 영장 반려 검찰 "사망 전부 확인하라"... 특수본 "신의 영역" 반발

입력
2022.12.29 19:00
10면
구독

검찰, 희생자 개별 사망 경위 '보완' 요구
특수본 "일부 피해자 빼곤 불가능" 일축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불구속 송치 염두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기관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기관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구조 책임자인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하며 “희생자 158명의 개인별 생존ㆍ구조 시간 등을 특정해달라”는 취지로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 사망 과정을 전수 조사해야 최 서장의 부실한 대응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서부지검은 특수본이 신청한 최 서장의 구속영장을 돌려보내면서 희생자 158명의 구조 및 사망 시간을 특정하는 등 수사 내용을 보강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서장은 10월 29일 참사 당일 오후 10시 28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오후 11시 8분에서야 현장 지휘권을 선언했다. 특수본은 40분의 공백 동안 그가 무전ㆍ유선 지휘나 대응단계 발령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검찰은 최 서장의 부실한 대응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규모를 객관적으로 알아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은 검찰의 요구를 “납득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비좁은 골목길에 수백 명이 뒤엉켜 갑작스레 발생한 참사 특성상 희생자 158명 개개인이 언제 사망했는지, 적절한 구조 조치를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사망자와 생존자 식별도 어렵고 희생자 대부분은 부검조차 받지 않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오후 10시 30분쯤 끼임 속에 있던 사람 중 많은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건 CCTV로 확인되지만, 그때 이미 사망한 사람도 있다”며 “어떻게 이걸 수치로 특정해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신의 영역”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특수본은 ①최 서장이 전국 동원을 뜻하는 대응 3단계를 ‘늑장’ 발령하고 ②매뉴얼에 따른 응급환자 분류ㆍ이송 작업도 하지 않는 등의 과실만으로도 인명 피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특수본은 이날 “보완수사 후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불구속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날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과 엄준욱 119종합상황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밖에 소방청 직원 1명도 지난 26일 추가 입건돼 다음날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참사 당일 중앙긴급구조통제단이 운영되지 않았는데 가동된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 작성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준석 기자
김도형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