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북한 무인기(드론)의 영공 침범 도발에 연일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29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평화를 얻으려면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대통령실 참모회의에선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며 확실한 응징과 보복을 주문했다. 도발 당일 군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확전 위험도 각오했다'는 대통령실 설명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 도발에 단호한 입장을 취해 오긴 했어도 이번처럼 강고한 발언은 이례적이다. 드론 공격 고도화에 따른 잠재적 위협과 군의 미흡한 대비태세를 군 통수권자로서 그만큼 심각히 여긴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아직 사양이 높지 않을 북한 드론이 서울 상공까지 헤집으면서 조성된 안보상 충격과 불안을 불식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날마다 '핵 위협 불사' '전쟁 준비' 등 거센 표현을 동원해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는 건 되레 국민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대북 군사 대응 수위를 정하는 '비례성 원칙'이 대통령 발언에도 적용돼야 객관적 상황 인식과 내실 있는 조치가 가능하다. 대통령실의 메시지 관리는 사태 당일부터 아쉬웠다. 드론 침입 직후엔 윤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군은) 도대체 뭘 한 거냐"며 격노했다고 보도되더니, 오후엔 "(드론을) 격추하지 못해 답답했는데 나중엔 이해하게 됐다"는 고위관계자 발언이 나왔다. 대통령과 참모진이 현실을 살피지 않은 채 감정적 반응부터 내보인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사태 당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드론 대응 훈련이 전무했다"고 말한 것도 부적절했다. 국방장관이 다음 날 국회 현안보고에서 에둘러 밝혔다시피 사실과 거리가 있고, 대응 실패 책임을 전임 정부에 돌리며 여야 정쟁만 부추겼다. 내년 드론 대응 전력 예산이 절반 삭감됐다며 국회를 비난한 것도 올해 남은 예산이 내년으로 이월된 사정에 비춰 부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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