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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24% “데이트 폭력 직·간접 경험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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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전이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국회에 제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범죄 신고는 2020년 1만9,940건에서 2021년 5만7,297건으로 1년 만에 3배로 급증했다. 데이트 폭력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이슈화된 현시점에서 일반 국민은 데이트 폭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있을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10월 28일 ~ 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젠더갈등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전체 응답자의 66%가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세대 간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20대는 84%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60대 이상은 56%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20대는 남녀 모두 젠더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남성 87%, 여성 80%)
젠더이슈는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여성혐오와 관련한 갈등에만 집중되어왔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56%로 나타났다. 젠더갈등이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63%가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젠더갈등이 심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4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20대 청년층에서는 여성혐오 심각성에 대한 성별 간 시각차가 나타났다.(심각하다 응답 기준 남성 30%, 여성 77%)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 차이는 젠더갈등과 관련된 최근의 이슈 및 사건에 대한 인식 차이로도 이어진다. ‘한남, 이번남과 같은 표현이 남성을 사회적 약자로 만든다’는 의견에 20대 남성은 73% 동의한 반면, 20대 여성은 26%만이 동의하였다. 반대로 ‘신당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와 무관하다’는 의견에는 20대 남성의 65%가 무관하다고 응답한 반면, 20대 여성은 20%만이 무관하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음에도,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데에는 80%가 동의했다. 국민 대부분이 여성혐오와 범죄의 연관성에 대해 동의한다는 결과이다.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젠더폭력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6%가 ‘심각하다’고 답한 결과까지 함께 고려해본다면, 우리는 여성혐오를 비롯한 논란과 갈등보다는 현실적으로 젠더폭력 문제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UN에서는 젠더폭력을 ‘남녀 간 불평등한 힘의 관계에서 발생하여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고착시키고 여성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밝히며, 예로 가정폭력, 스토킹, 데이트 폭력 등을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그중 이번 조사에서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여성의전화’의 ‘데이트 폭력 대응을 위한 안내서’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을 크게 ‘통제’, ‘언어적·정서적·경제적’, ‘신체적’, ‘성적’ 폭력 4가지로 구분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여섯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먼저 응답자 전체의 24%가 데이트 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 가족 또는 지인이 경험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29%)이 남성(18%)에 비해 높았다.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응답은 ‘통제’에 해당하는 ‘나의 휴대폰, 이메일, SNS 등을 점검한다(60%)’와 성적 폭력에 해당하는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신체부위를 만진다(59%)’가 가장 높았다. 정서적 폭력의 일종인 ‘통제’에 대한 민감도가 물리적인 ‘성적’ 폭력만큼 높은 것이다. 다음으로 ‘언어·정서적 폭력-내가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비난한다(57%)’, ‘신체적 폭력-나의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쥔다(55%)’, ‘언어·정서적 폭력-나와는 관계없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52%)’가 뒤를 이었다. 반면, ‘통제-함께 있지 않을 때, 내가 누구와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응답 49%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응답자의 55%가 6가지 항목 중 4개 이상에서 ‘데이트 폭력이다’라고 답해, 데이트 폭력 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람에 해당하였다. 남성(47%)보다는 여성(62%)이, 그리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데이트 폭력 인지 감수성이 높은 사람이 많았다. 다만,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답한 사람(57%)과 심각하지 않은 사람(52%) 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데이트 폭력은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 신고율 대비 실제 피해율에 대해서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실제 피해율이 신고율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답했다. (낮다 27%, 비슷하다 7%, 모르겠다 4%)
그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피해자 보호조치가 미비하여 2차 가해가 두려워서’, ‘신고 후의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각각 53%)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는 성별, 연령별 큰 이견 없이 모두가 공감했다.
종합해 보면 젠더폭력이 심각하다는 데에는 76%가 동의했고 4명 중 1명이 직간접적으로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실제 신고된 건수 외에, 숨겨진 피해 또한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트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문제는 아직까지 데이트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지 감수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교육 및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2022년 10월, 현 정부는 여성가족부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그 업무를 나눠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이관하여 보건복지부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가족부 개편안에 대해 응답자의 44%는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자도 43%로 대립이 팽팽하다.
데이트 폭력을 비롯한 젠더폭력의 피해자에 대한 조치는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전담하고 있다. 물론, 범죄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젠더폭력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한다. 젠더폭력은 엄연한 범죄이며, 갈등으로만 부각하거나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데이트 폭력을 폭력으로 여기지 않고, ‘사랑싸움’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로잡고, 성별과 관계없이 인지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법적 차원에서도, 현재 데이트 폭력 처벌과 관련한 단일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의 개편안대로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미비한 제도를 개선하고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해 보인다.
이아영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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