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한국판 인태 전략의 3대 비전(자유 평화 번영) 및 3대 원칙(포용 신뢰 호혜)에다가 9개 중점 추진과제를 보탠 완성판이다. 전 세계 인구의 65%, 국민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인태 지역에 대한 한국의 첫 독자적 외교 전략이다. 유럽, 중남미 등 역외 지역까지 포괄했다는 점에선 윤석열 정부의 국제외교 전략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인태 전략의 두드러진 특징은 대중 관계에 보다 열린 자세를 보인 점이다. 정부는 중국을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 달성에 주요 협력 국가"로 규정하면서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3대 원칙 가운데 포용을 앞세워 "우리의 인태 비전은 특정 국가를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구상"이라고 선언했다. 중국의 역내 위협 행위를 강하게 견제했던 지난달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이나, 중국을 '전략적 도전'으로 지목한 미국과 일본의 인태 전략과 차이가 있다.
물론 정부가 출범 이래 줄곧 강조한 대로,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을 지키는 국가 간 안보 협력이 인태 전략의 큰 축이다. 추진과제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남중국해 항행 자유, 대만해협 평화 등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조치와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쿼드(미국 주도 4개국 안보협의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한미일 안보 공조에 방점을 찍어온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군사 도발, 경제위기 상황 등 시급한 현안에 대처하려면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란 현실론이 반영된 걸로 풀이된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의 윤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빌려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도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적 여지를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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