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감세 혜택, 샐러리맨만 소외? 바뀐 세제 살펴보니

입력
2022.12.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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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보호·월세 세액공제로 임차인 지원
다주택자·기업 위해 종부세·법인세 가볍게
직장인 세금 감면은 소득공제만 찔끔 상향

한덕수(맨 앞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예산안 부수 법안 표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한덕수(맨 앞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예산안 부수 법안 표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내년도 예산안 부수 법안이 23일 국회를 통과하며 윤석열 정부가 처음 마련한 세제 개편안이 확정됐다. 여야 합의로 다양한 층위의 경제 주체들에게 감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갔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보다 더 혹독한 ‘경제 한파’가 내년에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바뀐 세제가 과세 대상별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①임차인

국세기본법 개정으로 이사 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주택 임차인의 권리가 더 강화됐다. 지금까지는 경ㆍ공매 대상 주택에서 발생한 세금을 먼저 빼고 남는 돈으로 임차인의 전세금을 돌려주는 게 변제 원칙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택 임차 보증금의 확정일자보다 세금의 법정기일이 늦을 경우 당해세 배분 예정액이 보증금에 우선 배분된다.

내년부터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 임차 개시일까지 임대인 동의 없이 임대인의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다. 국세징수법이 개정되면서다. 임대인의 국세 체납 내역을 미리 확인하지 못한 임차인이 많아 피해가 커진 최근 ‘빌라왕’ 전세 사기류의 사건이 줄어들 전망이다.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을 통한 무주택자 월세 세액공제율 상향은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다. 소득 구간별 공제율을 보면 총급여가 5,500만 원 이하인 경우 12%에서 17%로, 5,500만 원 초과 7,000만 원 이하이면 10%에서 15%로 각각 올라간다. 공제 한도는 연 750만 원이다.

②집주인

내년부터 1주택자는 주택 공시가격이 12억 원(시가 16억 원) 이하이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종부세법이 개정되면서다. 주택 한 채가 부부 공동 명의일 경우 18억 원까지 면세점이 올라간다. 다주택자 기본공제는 6억 원에서 3억 원 올라 9억 원이다. 집이 여러 채여도 9억 원까지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세율이 낮아지기도 했다. 0.6~3.0%이던 일반 세율이 0.5~2.7%가 됐다. 다만 가진 집이 3채가 넘으면서 과세표준(과표ㆍ과세 기준 금액)이 12억 원이 넘는 사람들에 한해 무거운 세율(2.0~5.0%)이 적용된다. 과표 12억 원을 공시가로 환산하면 24억 원 정도다.

③기업

법인세 개정으로 현행 법인세 과표 구간별로 세율이 1%포인트씩 하향 조정됐다. 결과적으로 △3,000억 원 초과 구간 24% △200억 원 초과 3,000억 원 이하 21% △2억 원 초과 200억 원 이하 19% △2억 원 이하 9%로 구간별 세율이 정리됐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내리고 200억 원 이하 기업에는 20%를 적용하되 중소ㆍ중견기업 특례세율 10%를 도입하려던 정부 구상 실현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종전보다 기업의 세 부담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이와 함께 반도체 등 설비 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가 현행 6%에서 8%로 확대된다. 반도체ㆍ배터리ㆍ바이오(백신)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금액의 8%를 세금에서 빼 준다는 내용이 조특법 개정안 해당 부분의 핵심이다. 애초 여당이 20%, 야당이 10%로 올릴 것을 요구했지만 법인세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보이며 정부안이 채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주가 가업을 물려줄 때 500억 원까지 가업상속 재산에서 빼 주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중견기업 기준은 현행 ‘매출 4,000억 원 미만’에서 ‘매출 5,000억 원 미만’으로 넓어졌고, 공제 한도도 현행 50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상향됐다. 정부가 대상 기업 범위를 매출 1조 원 미만, 공제 한도를 1,000억 원으로 각각 조정하려 했지만, 너무 지나치다며 반대하는 야당과 상속세ㆍ증여세법 개정 관련 이견을 절충했다.

예산부수법안 통과로 확정된 세제 개편안. 그래픽=신동준 기자

예산부수법안 통과로 확정된 세제 개편안. 그래픽=신동준 기자


④직장인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가 여야 합의로 2025년까지 2년 유예되며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자)’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은 한숨을 돌렸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5,000만 원이 넘는 주식 투자 이익에 과세하는 제도다. 현재 0.23%인 증권거래세 부담은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내년 0.20%, 2024년 0.18%를 거쳐 최종 0.15%까지 내려간다.

과표 구간 ‘1,200만 원 초과 1400만 원 이하’와 ‘4,600만 원 초과 5,000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각각 이전 세율 15%, 24%보다 9%포인트 낮은 6%, 15%의 소득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개정안 발효 시점 기준으로 2008년 이후 15년 만에 그간 물가 상승분을 과표에 반영해 소득세법을 손질하기로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의결된 조특법 개정안에는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방안도 반영됐다. 올해 신용카드 및 전통시장 사용액이 지난해 대비 5%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10%를 소득에서 공제한다고 규정된 부분에서 공제율이 20%로 상향 수정됐다. 공제 한도는 100만 원 그대로다.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근로자 생계비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개정 취지에 여야가 공감했다.

개정안에는 또 올 하반기 버스비, 지하철 요금 등 대중교통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 공제율을 종전 40%에서 80%로 높여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한 카드 사용금액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소득공제가 과표를 줄여 주기는 하지만 감소폭이 저세율 구간으로 내려갈 정도가 아닌 바에야 세율 인하 정도의 감세 효과를 주기가 어려운 만큼, 형평성 면에서 근로자가 이번 감세 국면의 패배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득세율이 고정된 터여서, 과표 조정 덕에 세율이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일부 납세자를 빼면 샐러리맨 대다수가 이번 감세 위주 세제 개편의 이익을 별로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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