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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태우는지도 몰랐다… 007 방불케 한 젤렌스키 방미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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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꼭 300일이 지났던 20일(현지시간) 인접국인 폴란드 남동부 제슈프. 이곳에 도착한 미국 군용기 조종사들은 차량에서 내린 뒤 멀리서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야 중대한 임무가 맡겨졌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앞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와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 몇 명을 태운다고만 들었는데, 차에서 내린 인물은 다름 아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던 까닭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깜짝 방미’는 극도의 보안과 철통 같은 엄호 속에 진행됐다.
감청 우려 때문에 브리짓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 대사를 비롯한 키이우 현지 실무자들은 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논의를 대면 접촉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의회 주요인사에게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 불과 사흘 전에야 관련 소식이 공유됐다.
펠로시 의장은 직전까지도 이를 함구했기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해 21일 백악관 정상회담에 이어 미 의회 합동연설을 한다는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을 때 상하원 의원 상당수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의원은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휴가를 떠났다가 급히 워싱턴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WP는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가 이처럼 일급비밀로 다뤄진 건, 매일같이 목숨 위협을 받는 전시 지도자의 출국이 갖는 위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탈나치화’를 명분으로 내걸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친서방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 위험에도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국 정상은 대면접촉을 원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전 후 첫 외국 방문으로 미국을 찾겠다는 의향을 몇 개월 전부터 밝혀왔지만, 우크라이나 안보 상황상 이달 이전까지는 방미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지난달 말에야 젤렌스키 대통령 방미가 진지하게 거론되기 시작했고, 이달 11일 양국 정상 간 통화를 계기로 추진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대공 미사일을 처음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미 의회에 370억 달러(약 47조5,000억 원) 규모 우크라이나 원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당국자는 특히 패트리어트 미사일 지원 관련 소식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미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을 확대하려는 마음을 먹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우크라이나 원조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공화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황도 방미 시점을 고르는 데 고려됐을 수 있다.
백악관은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공식 초청을 보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이를 수락했다. 방미 계획이 최종 확정된 것은 18일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출발하기 수시간 전, 미국 군소 매체 펀치볼뉴스가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방미 사실을 보도하면서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위기도 있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 측에 이 사실을 급히 알렸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미를 취소한다는 선택지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열차로 폴란드 국경까지 이동해 미국 측이 준비한 차량과 군용기로 옮겨 탄 젤렌스키 대통령은 워싱턴에 도착할 때까지 공중조기경보기(AWACS)와 전투기 등을 동원한 삼엄한 경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변함없는 지지를 약속받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동유럽을 거쳐 귀국하면서 “(워싱턴에서) 정말로 도움이 될 좋은 결과를 거뒀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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