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향한 막말·2차 가해 이제 그만".... 법적 대응 검토

입력
2022.12.23 17:11
수정
2022.12.23 17:5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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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보수단체 모욕죄 고소장 제출 검토
분향소 앞 현수막·폭언 도 넘은 2차 가해
"자식 팔아 장사" 정치권 막말에 가세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이후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막말과 폭언 등 2차 가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족 측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3일 유가족 법률 대응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참사 유가족 측은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에 대해 모욕죄 등 혐의로 고소장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도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을 향해 폭언을 한 개인이나 단체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을 논의 중이다.

유가족 측이 법적 대응까지 나선 이유는 일부 보수단체나 극우 유튜버의 2차 가해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신자유연대 측은 유족이 주도해 만든 시민분향소 바로 옆에 집회 신고를 내고 '이런 사고, 사망도 국가가 책임지고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냐'는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주변에는 '이재명 구속' '문재인 정권은 제도 정비 안하고 뭐했냐' 등 정치 구호가 담긴 천막도 걸려 있다.

23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의 현수막들이 붙어있다. 최주연 기자

23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인근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에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의 현수막들이 붙어있다. 최주연 기자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에서 버젓이 2차 가해가 이뤄지는데 담당 구청은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집회 신고를 낸 장소라 광고물 관리법으로 현수막을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민변은 집회가 신고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며 법원에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연대는 지난 21일 ‘신자유연대가 분향소 설치를 방해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막말이 일부 보수단체나 극우 유튜버의 2차 가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김상훈 의원은 시민대책회의 출범에 대해 "참사 영업"이라 조롱했고,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시체팔이"라고 모욕했다. 유족협의회 출범 소식에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 시민단체 횡령에 악용될 수 있다"고 했던 권성동 의원은 아직 사과 한마디 없다.

한편, 이날 오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상인회), 시민대책회의는 추모 공간이 자리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의 온전한 추모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장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는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온전히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에도 빨간 목도리를 두른 채 나온 유가족들은 해밀톤호텔 골목 가벽(假壁)에 붙은 포스트잇을 일부 수거하고, 길 위에 놓인 물품을 정리하는 등 추모 공간을 재단장했다. 영구적으로 보관하기 어려운 꽃들은 임시 보관한 뒤 오는 28일 수목장 형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희생자들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희생자들의 온전한 추모를 위한 재단장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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