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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호기심- 무방한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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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은 생존 번영의 동력이라고들 하지만 통제되지 않은 호기심은 무형의 폭력으로 치명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서양 속담이 경계하는 바가 그것이다. 문제는 예의로 통제돼야 할 호기심과 두어도 무방한 호기심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질적인 환경에 적응된 동물들을 가두어 두고 시선으로 포획하려는 욕망-호기심-은 통제 대상인가 허용해도 좋은가. 그 대상이 식물이라면? 타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야 한다면서 연예인의 사생활은 소비자의 권리인 양 누리는 것은 타당한가.
기록에 따르면 ‘프릭쇼(Freak Show, 일명 괴물 쇼)’는 17세기 유럽인들이 대중적 쇼의 형태로 만들어낸 오락 형식이다. 외모와 피부색이 다른 이방의 원주민, 신체 변형 문화를 지닌 오지 부족, 기형을 지닌 장애인, 샴 쌍둥이 등이 주요 ‘상품’이었고, 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어나 뱀 인간 같은 더 자극적인 상품이 ‘창조’되기도 했다. 그 비열하고 잔인한 문화는 18세기 시민혁명을 거치며 ‘천부인권’이라는 걸 알게 된 뒤 더욱 번성했고, 21세기에도 서커스 볼거리로 행해진 바 있다고 한다. 특정인을 ‘바보’로 만들거나, 감정적 가학으로 웃음을 파는 근년의 오락은 프릭쇼와 어떻게 다를까. 경계는 누가 정하는가.
영국인 메리 앤 베번(Mary Ann Bevan, 1874.12.20~1933.12.26)은 결혼 직후인 만 32세 무렵부터 몸의 말단이 이상 성장하는 ‘말단비대증(acromegaly)’을 앓았다. 소아의 경우 ‘거인증’이라 불리는 말단비대증은 주로 뇌하수체 양성 종양으로 인해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뼈의 두께나 길이가 늘어나면서 외모를 변형시키고 신경과 장기 등을 압박해 시신경 마비나 심부전 등 다양한 2차질환을 일으키는 난치 질환이다. 만 40세에 남편을 잃은 베번은 4남매를 부양하기 위해 ‘못생긴 여성 선발대회’에 출전해 우승했고, 이후 숨질 때까지 ‘프릭쇼’ 배우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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