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카라가 증명한 '중꺾마'

입력
2022.12.17 00:00
22면
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반짝 뜨기도 어렵지만 롱런하기는 더 어려운 세상이다. 세상은 넓고, 대단한 사람들로 넘친다. 그런 세상에서는 잠시라도 특출나게 보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도 재능과 운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잠깐 끼를 부려서 주목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인기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확고한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다.

그래서 올해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가 15주년 기념 컴백을 했을 때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아이돌로 불리는 연예인들은 대체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데뷔한다. 그룹 막내들 같은 경우는 중학생인 경우도 흔하다. 소녀시대 역시 그 정도 나이에 데뷔를 했으나 어느덧 15주년을 맞았고 모든 멤버가 30대가 되었다. 여전히 음원 순위 1위를 기록할 수 있는 팬덤과 대중성을 가진 소녀시대지만 그들이 인기 정점이었던 순간을 생각해보면 분명 현시점에서 이전 같은 인기는 아니다. 15년 세월 동안 걸그룹으로서 최고 인기 그룹의 타이틀은 이미 여러 그룹을 통과했고, 현시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그룹은 갓 데뷔한 아이브와 뉴진스다.

대중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을 원하고 경쟁자들은 빠르게 치고 올라온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모든 멤버가 큰 문제없이 여전히 유명 연예인 자리를 지키는 일, 솔로 가수로 배우로 각자의 커리어를 찾아가다가 그룹으로서도 건재함을 보여주는 일, 모두 쉽지 않다. 15년 전 높은 인기를 구사했던 연예인들 중 많은 이들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 어떤 이들은 더 이상 활동이 없고, 어떤 이들은 여전히 활동 중이나 존재감이 크지 않다. 심지어 몇몇은 신문 사회면에 나오는 심각한 스캔들을 일으키고 은퇴했다. 소녀시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로서, 쉽지만은 않았던 입시, 취업, 사회 초년생 시절을 겪고 이겨냈지만 여전히 끝없이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수년 차 직장인으로서, 이제는 굳건히 내 자리를 지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카라. 알비더블유 제공

카라. 알비더블유 제공

카라는 소녀시대에 비해 부침이 더 컸다. 기존 멤버였던 강지영과 니콜이 탈퇴하면서 팀을 재정비해야 했고, 인기 멤버였던 구하라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멤버들이 소녀시대만큼 활발하게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한 것이 아니기에 카라가 다시 뭉쳐서 컴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던 그들이 다시 한번 모여 방송에 나와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음원 차트 TOP 100에 들어가는 등 존재감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 일이 부침이 있더라도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일이 잘 풀릴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순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설령 단기적으로 어렵고 잘 풀리지 않을지라도, 내 기회가 안 오거나 내 시간이 이미 지나간 것 같을지라도, 꺾이지 않는 것. 또는 당장 일이 잘 풀린다고 자만하여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꺾이지 않는 지속 가능한 열정을 다짐한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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