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수정안 처리 놓고 與 "의회 독재 횡포" 野 "민생 위해"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주호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의장실에서 새해 예산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위한 막판 협상을 위해 만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이 15일 "3권 분립 파괴와 의회독재"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 원안(639조 원)에서 약 4조 원(0.7%)을 감액한 자체 수정안을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수정 예산안을 날치기로 처리한다는 것은 헌법이 정한 3권 분립을 파괴하는 만행이자,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야당의 의회 독재 횡포"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이 임의로 감액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의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기에도 하지 않았던 사업 예산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 운영에 필수적인 예산 삭감까지 주장하고 있다"면서 "수정안 통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이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예산 수정안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을 위해서라도 예산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양보 없는 기존 입장만 고집한다면 오늘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민주당은 자체 수정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정부·여당이 야당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밀어붙이고 있어서 더 양보할 게 있을지 의문"이라고 쏘아붙였다.

다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후의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양당이 합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만 인하하는 방안 등을 담은 중재안을 추가로 제안했다. 법인세 인하 문제는 예산안 협상 과정의 최대 쟁점이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브리핑에서 "의장이 마지막으로 어렵게 제안한 만큼 무겁게 검토를 하겠으나, 정부·여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우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당내 의견을 다시 모아서 의장 중재안의 수용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오후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김윤정 인턴기자

박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