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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골한 청년들이 나약하다는 편견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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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 청년 여정(가명)씨는 열여덟 살에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크론병의 통증을 흔히 ‘아이를 낳는 것보다 심한 통증을 매일 느끼는 정도’로 비유된다. 질병으로 흔히 사회가 말하는, 나이에 맞는 과업도 해내지 못했다. 마음의 방황을 겪었다. 스물여섯, 뒤늦게 간호학과에 진학해 서른한 살에서야 간호사가 됐지만 직장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3교대의 근무 환경도 가혹했지만 동료에게 받는 비난이 더 문제였다. 결국 상사는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네가 이렇게 아픈 애인 줄 알았으면 우리 부서로 안 데리고 왔다”, “너 왜 부서에 피해를 주고 그러냐?” 동료들은 여정씨를 ‘하자 있는 사람’ 취급했다. 여정씨는 퇴사했다.
신간 ‘골골한 청년들’은 여정씨가 겪는 이 상황을 '이중구속'으로 표현한다. 질병을 공개하지 않았을 땐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다 몸이 더 아파졌고, 질병을 드러냈을 땐 낙인이 찍혔다. 여정씨처럼 아픈, '건강한 몸'에서 벗어난 청년들은 그렇게 사회에서 배제된다.
여정씨처럼 아픈 일곱 명의 청년들이 견뎌내고 있는 삶이란 이렇다. 남들에게서 '하자 있는 사람'이란 이야기를 듣다가 결국 스스로 '부도난 수표'라고 자조한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나답게 살려고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 말 속에 '사회적 기대와 요구에 더는 나를 맞추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겼다고 짚는다. 골골한 몸을 열정 없거나 헌신하지 않는 노동자쯤으로 여기는 사회적 편견에 저항하려는 몸부림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청년의 신체적 고통을 나약함과 불성실로 보는 사회에 대한 반론이다. 책을 읽고 나면 '골골한 청년'들은 불운한 개인에 불과하다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들의 질병 서사 속에서 결국 우리 사회의 보건 의료 체계와 사회복지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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