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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안전 교육 60대 이상이 20대 비해 20%p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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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2020년 재해연보 및 재난연감에 따르면,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액은 10년 전인 2011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하였고, 사회재난의 발생 건수는 8배 이상, 인명피해는 90배 이상 증가했다. 안전과 관련된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가고 사회 시스템이 고도화하고 있는데, 재난은 이전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지난 8월에는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반지하에 거주하는 모녀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재난의 상황이 사회적 약자 계층에 더 가혹한 것은 아닐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9월 16~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관련 국민들의 인식과 대비 현황을 알아보았다.
응답자 10명 중 8명 이상은 향후 노출 위험성이 높은 자연재난으로 황사(82%), 폭염ㆍ가뭄(80%)에 응답하였으며 국내 지리적 특성상 화산폭발(11%) 응답은 매우 낮았다. 사회재난 응답의 경우 응답자의 79%가 감염병 노출에 대해 경계했으며 폭탄 등 폭발물 폭발 사고에 대한 응답은 17%에 그쳤다. 자연재난의 경우 다수의 재난 항목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노출 위험을 느끼고 있는 반면, 사회재난의 경우 노출 위험을 느끼는 재난 항목의 수가 자연재난 대비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성별, 연령대, 소득 등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발생하지 않아 재난에 노출될 위험성 자체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다가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재난에 대한 대비 정도는 ‘대피소 위치 파악’ 등 정보 인지 정도의 수준에서 ‘재난·안전 교육 이수’, ‘관련 보험 가입’, ‘관련 물품 구입’ 등 개인이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해야 하는 수준으로 갈수록 사전 대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재난의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재난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다. 특히, ‘대피소 위치 파악’, ‘재난·안전 교육 이수’ 부분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나타나 응답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군 복무 경험, 민방위 교육 등 국가 단위의 의무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로 보이며 여성 또한 기본적인 재난·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국가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령대별로도 차이가 있었는데 자연 및 사회재난의 구분 없이 대부분의 재난 대비 항목에서 60세 이상 고연령층이 20대 응답자보다 재난 대비가 미흡했다. 특히, ‘재난·안전 교육 이수’ 부분에서는 20%포인트 이상 격차가 있었고 ‘재난 예방 및 대응 관련 물품 구입’ 항목에서는 2배 이상 응답 차이가 벌어졌다. 재난 상황에서 더 빠른 대처가 필요한 고연령층이 오히려 재난 대비가 잘 되어 있지 않아 국가 차원에서 관련 교육과 물품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월평균 가구소득의 경우 자연 및 사회재난의 구분 없이 500만 원 미만 응답자 대비 월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 응답자가 ‘재난·안전 교육 이수’ 대비가 10%포인트 이상 잘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항목에서는 대부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각종 재난으로부터 느끼는 안전감(安全感)은 자연재난(64%)과 사회재난(61%)에서 비슷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떨어졌는데 여성의 경우 각각의 재난에 대해 10명 중 6명 미만(자연재난 58%, 사회재난 54%)이, 남성의 경우 약 7명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꼈다(자연재난 71%, 사회재난 69%). 재난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흡한 집단일수록 다가오는 위협에 대한 불안감 또한 높은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나 자산이 많은 계층이 안전 체감도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제적인 수준의 차이가 안전 체감도의 차이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월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미만 응답자(자연재난 63%, 사회재난 60%)와 월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 응답자(자연재난 67%, 사회재난 64%)의 차이뿐만 아니라 순 자산 3억 원 미만 응답자(자연재난 63%, 사회재난 60%)와 3억 원 이상 응답자(자연재난 68%, 사회재난 66%) 사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직접 몸으로 체감하는 안전감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정부 재난 대응 신뢰도’였다. 재난의 종류와 관계없이 정부의 재난 대응에 대해 신뢰하는 응답자의 경우 10명 중 7명 이상(자연재난·사회재난 각각 71%)이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끼는 반면, 신뢰하지 않는 응답자의 경우 약 5명(자연재난 55%, 사회재난 52%)에 그쳐 집단 간 큰 차이를 보였다. 재난과 관련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국가 차원의 올바른 대응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재난 발생 시 책임 주체로 ‘국가’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자연재난 72%, 사회재난 71%). 특히, 여성(자연재난 75%, 사회재난 74%)의 경우 남성(자연재난·사회재난 각각 68%)보다 국가가 재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저연령층인 20대 응답자(자연재난 80%, 사회재난 74%)가 고연령층인 60세 이상 응답자(자연재난 67%, 사회재난 65%) 대비 재난·안전 관련 국가책임론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재난 이후 회복 과정이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35%에 그쳤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월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미만 응답자(37%)와 월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 응답자(31%)의 차이뿐만 아니라 순 자산 3억 원 미만 응답자(36%)와 3억 원 이상 응답자(30%) 사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소득과 자산 등 경제적 수준 차이가 불평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부 재난 대응 신뢰도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재난 이후 회복 과정에 대해 평등하다고 응답한 비율(55%)이 정부 재난 대응 신뢰도가 낮은 응답자의 응답(21%) 대비 30%포인트 이상 높았다. 재난 불평등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불평등의 격차를 좁혀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재난 대응 신뢰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재난 후 회복 과정이 불평등하다는 응답자들에게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방안을 물었을 때 ‘재난·안전 취약 대상 보호를 위한 정책 수립 및 보완’ 의견(49%)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평등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 수립을 하기 위해서는 또 한 번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재난·안전과 관련하여 개개인이 실제로 체감하고 느끼는 위험성은 국민 전체의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국가는 국민 전체의 안전감 제고를 위한 신뢰 있는 사전 대응 및 사후 복구 지원을 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차동규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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