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도대체 국정조사 합의를 왜 했느냐”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국정조사를 보이콧할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해임이 안 되면 탄핵소추를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장관은 진작 물러났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장관 거취를 이유로 국회가 마비되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장관 해임건의를 수용하고, 여야는 국정조사와 예산안 처리에 매진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간 이상 국회는 이와 무관하게 할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 이태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이날 전원 사퇴를 표명했는데, 국회의원이 대통령 측근을 지키겠다고 제 의무를 방기해서야 될 일인가. 민주당 또한 이 장관 탄핵소추에 매달리지 말고 국정조사에 충실하기 바란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며 내년 1월 7일까지인 국정조사 특위 활동 기간이 이미 상당 부분 지났다. 예산안을 놓고도 여야가 힘겨루기를 계속하면서 예년보다 더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상대당을 탓하고 있는데 무책임한 집권 여당과 무기력한 거대 야당 모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 가결 전부터 거부 의사를 밝혀왔는데, 국회를 존중해 이 장관을 해임하기 바란다. 158명이나 희생된 참사에 대해 정부에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퇴 표명조차 하지 않은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는 하나, 이 장관은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사고 직후부터 반복된 망언들로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태 수습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통과된 역대 8차례 장관 해임건의에 대해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만 거부(나머지 5명은 자진사퇴)한 것도 국민의 뜻을 대놓고 무시한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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