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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살 수 있었던 사람들

입력
2022.12.09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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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중증 300명 이상이면
현 의료 체계에선 초과사망 발생
드러나지 않는 무책임한 불평등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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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공공병원에 구급차가 오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보낸 70대 환자였다. 구급차를 기다리며 의사 A는 마음을 졸였다. 아니나다를까. 도착 직전 심정지로 사망했다.

환자는 심장질환에 당뇨병, 신부전까지 앓고 있었다. 요양병원에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코로나19 양성이 나왔다. 그런데 격리해제 후 얼마 안 된 터라 재확진 기준에 맞지 않았다. 몸에 남은 바이러스 찌꺼기 때문에 양성이었을지 몰랐다. 대학병원은 ‘코로나19인지 분명친 않지만 당장 생명이 위험한 기저질환 고령자’를 공공병원으로 떠넘겼다. 이송 중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 있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급한 치료부터 해야 환자가 산다고 A는 수차례 설득했지만, 대학병원은 기어이 환자를 구급차에 태워 내보냈다. A는 “전원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그렇게 허무하게 가시진 않았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A는 이 사례를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죽음, 즉 ‘초과사망’이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세계 초과사망’ 보고서에서 2020~21년 한국의 초과사망자를 최소 1,440명에서 최대 1만1,254명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없었을 경우 예상되는 사망자 수와 실제 발생한 사망자 수가 이만큼 차이 난다는 뜻이다. 유례없는 감염병에 초과사망이 필연적이었을 거라 애써 이해하려 하기엔 너무 많은 죽음이다. 더구나 같은 시기 호주, 뉴질랜드, 일본, 중국은 초과사망이 음의 값이었다.

코로나19 진료 체계가 자리잡은 뒤엔 나아졌을까. 연세대 의대 연구진의 지난달 대한중환자의학회 토론회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초과사망이 월 2,000명 이상 생겼다. 가장 많은 달엔 1만8,000명에 달했다. 방역이 정착되고 치명률이 떨어지던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유행 때 ‘이른 죽음’이 오히려 늘었다. 2020년 1월부터 올 5월 사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 초과사망자 4만7,516명 중 2만2,356명(49.2%)은 비(非)코로나 환자였다. 2020~21년 중환자실 이용 건수는 코로나19 대유행 전과 비교해 9.1% 감소했다. 위급한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을 거란 추정이 가능하다. 중환자실 인력 상당수가 코로나19에 투입된 바람에 비코로나 중환자를 볼 여력이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터다. 국내 중환자 전담 간호사가 보는 환자는 평균 2.5~5.6명으로, 미국 호주 영국 뉴질랜드 1~2명, 일본 2명, 유럽 1~4명과 비교하면 너무 많다.

감염병 대유행은 한 나라의 보건의료 대응 능력을 평가하는 계기가 된다. 객관적인 평가 지표 중 하나가 초과사망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지금, 여러 연구에서 제시된 초과사망 수치는 우리 의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첨단 신기술과 어려운 수술에서 아무리 앞서간다 한들,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의료는 무책임하다. 초과사망 피해는 으레 취약계층이 짊어진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거나 기저질환이 심하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말이다. A가 손써보지도 못한 채 숨진 그 환자가 만약 사회 지도층의 가족이었다면 어땠을까. 초과사망은 ‘드러나지 않는 불평등’이다.

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중환자 의료 체계에선 신종 감염병 위중증 환자가 300명 이상이 되면 해당 감염병은 물론 비감염병 중환자 중에서도 초과사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A가 목도한 초과사망이 불과 한 달여 전 일이다. 지난주(11월 27일~12월 3일) 재원 중인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하루 평균 467명이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잃지 않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있다.

임소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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