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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지지 급락에 전범 재판소 검토까지…'내우외환'에 빠진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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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나라 안에서는 10개월 넘게 계속되는 전쟁과 커지는 징집 공포로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섰고, 밖으로는 국제사회가 그를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건강 이상을 둘러싼 소문마저 연일 번지면서 안 그래도 전장에서 수세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은 더욱 난처한 처지에 몰리는 분위기다.
4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러시아 대중의 ‘특별 군사작전’ 지지율이 25%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정보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별 군사작전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컬을 때 전쟁 대신 사용하는 용어다.
해당 조사는 크렘린궁 경호를 담당하는 러시아 연방보호국(FPS)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실시했다. 내부용으로 만든 이 결과를 러시아 독립언론 메두자가 입수하면서 영국군 손에 넘어가게 됐다.
조사에서 전쟁이 지속돼야 한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55%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전쟁 지지율이 8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8개월 사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셈이다.
이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강제 징집 공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만 해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전쟁을 지지했지만, 부분 동원령 선포(9월)로 ‘내 일’이 되자 반대 여론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영국 국방부는 “동원령 이후 많은 러시아인에게 전쟁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암묵적인 지지를 유지하는 것조차 크렘린궁엔 점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에서는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면, 밖에서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유엔이 러시아 전쟁 범죄를 단죄하는 ‘특별 법정 설치’ 결의안 초안을 회람했다고 전했다. 특별 법정 설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요구한 사안으로, 러시아 지도부에 전쟁 책임을 묻는 게 목표다. 한마디로 푸틴 대통령을 국제 법정에 세우겠다는 뜻이다.
현재 상설 전범 재판 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러시아 전쟁 범죄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가 2016년 ICC에서 탈퇴한 까닭에 신병이 확보된 잔학 행위 가담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수뇌부까지 책임을 묻긴 어려운 탓이다.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소’를 만들어 나치 독일 수뇌부를 처벌한 것처럼,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장한다.
아직 첫발을 뗀 수준인 만큼 결과 예단은 어렵다. 일반적으로 유엔 결의안은 초안 마련→주요국 회람→회원국 간 문안 협의→관련 위원회 논의→유엔총회 투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최종안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안건이 철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별 법정 설치 움직임은 국제 합의로 만든 ICC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다만 국제사회가 한데 뭉쳐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범죄자’라는 낙인찍는 행위만으로도 적지 않은 압박이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쟁이 끝나도 국제 사법 시스템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의미다.
설상가상 안팎에선 푸틴 대통령 건강 관련 풍문도 솔솔 나온다. 최근에는 그가 계단에서 넘어져 속옷에 실수를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반(反)푸틴 성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주장인데다 구체적 증거가 없는 탓에 신빙성이 높진 않지만, 전시 상황에서 최고 권력자의 건강 문제가 전선의 사기와 직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계속되는 그의 건강이상설은 러시아 정부에는 달갑지 않다.
올해 10월 만 70세가 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갑상샘암 △혈액암 △파킨슨병 등 다양한 병에 걸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푸틴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돈바스 지역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히며 서둘러 그의 건강이상설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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