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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까지 공감할 수 있는 국민연금 개혁

입력
2022.12.01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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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건전재정포럼(대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에서 주최한 '청년들이 공감하는 국민연금 개혁'의 토론자로 참석했다. '20대 청년 110명 대상의 국민연금 인식조사'를 서울대 고병규 학생이 발표했다. "시한폭탄, 낡은 동아줄, 밑 빠진 독, 해변의 모래성, 세대갈등, 폭탄 돌리기", 국민연금에서 가장 걱정되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들이다.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응답이 81.9%에 달했다. "모두가 터질 것과 터질 시점까지 알고 있는데도 누구도 해체하려 하지 않고 있다. 정치인과 행정가의 직무유기"라고 한다. 안정성(50%)과 공공성(26.7%)을 국민연금 기금의 중요 원칙으로 들었고, 수익성 비중은 23.3%로 낮았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 "레고랜드 저리 가라, '불신의 시한폭탄' 국민연금"을 주제로 토론한 백경훈 청사진 대표는 지금 필요한 건 '미움받을 용기'라고 했다. 청년 목소리를 반영할 통로로 위원회 시스템에 분명한 한계가 있으니, 정부가 열린 숙의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논의가 이념적·정치적으로 오염되어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문제점과 대중의 의견을 담은 '녹서'(green paper),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응책을 담은 '백서'(white paper)를 마련하자고 했다.

'세대 간 형평과 공생을 위한 연금제도'란 주제로 토론한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우리 인구구조를 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신뢰에 균열을 내는 상황으로 진단했다. 개혁할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갈등만 양산하면서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 놨다고 비판했다. '철수와 영희가 밥값을 낼 텐데, 그들은 빼놓고 자기들만 비싼 회 먹으러 가는 상황'으로 우리의 연금 논의구조를 진단했다. 정치와 무관한 '연금산정위원회'를 통해 자동으로 개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지난달 26일에는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가 개최한 연금개혁 공론장인 '들썩들썩 떠들썩: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의 발표자로 참석했다. 두 명 발표자의 연금개혁안 중 선호하는 안에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행사 진행 중에 계속 투표할 수 있어 참석자들의 생각이 바뀌는 게 실시간으로 반영되었다. 주목할 대목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투표 결과가 수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 참석자는 "들을수록 더 헷갈린다"고 말했다. 연세 지긋한 또 다른 참석자는 "어떻게 하면 개혁할 수 있겠는지"를 물었다. "이처럼 자발적인 모임이 활성화되어, 우리 연금이 처한 상황을 왜곡하지 말고 그대로 알리라는 사회적 압력이 커지면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고 답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 재정이 건전한 편이라 나랏빚을 더 낼 수 있다는 주장이 횡행하는 세상이다. 이럴수록 제대로 된 전문가 견해가 존중되어야 한다. "연금지출처럼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의무적 재정지출의 높은 자동증가율을 고려하면, 국가부채가 이미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 아직 그 파국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차기 한국재정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인 교수가 필자에게 전하는 고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동참하는 비율이 높아져야, 정부 재정과 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 같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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