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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방패' 오초아에 막힌 레반도프스키... 그의 불운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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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스트라이커와 최고의 골키퍼간 대결에서 '방패'가 웃었다. 월드컵 무대에만 서면 '철벽'이 되는 기예르모 오초아(37·멕시코)가, 월드컵에만 오면 '새가슴'이 되는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34·폴란드)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
멕시코는 23일 오전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폴란드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팽팽한 공방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폴란드는 레반도프스키가 후반 11분 상대 박스 안에서 파울을 유도해내며 페널티킥 판정을 얻어냈지만, 오초아의 선방에 막히며 무릎을 꿇었다. 레반도프스키는 오초아 때문에 자신의 월드컵 첫 골과 팀 승리의 기회, 두 마리 토끼를 놓친 셈이 됐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레반도프스키와 오초아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다. 레반도프스키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우선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2020년과 2021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올랐고, 2021년에는 발롱도르 2위에 올랐다. 2019~20 시즌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수상하며 UEFA 올해의 선수의 선수에 선정됐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12시즌 동안 뛰며 득점왕을 7번이나 차지했다. 통산 득점만 603골에 이르는 현역 최고의 피니셔인 셈이다.
하지만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의 주장이자 최다골 기록 보유자로, A매치 134경기에 출전해 76골을 기록하는 등 국가대항전에서도 빼어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지역예선에서 탈락했고,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침묵했다. 젊지 않은 나이에 이번 시즌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둥지를 옮겨서도 19경기 18골 4도움으로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그로썬 이번 대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던 셈이다. 월드컵 직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내 마지막 월드컵"이라며 "카타르 대회에서 득점하는 게 큰 꿈으로, 나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반면 오초아는 레반도프스키에 비해 클럽 성적은 뒤지지만, 월드컵이라는 국가대항전에서는 최고의 모습을 보인 골키퍼다. 그가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된 건 2014년 브라질 대회였다. 오초아는 A조 조별리그 3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유효 슈팅 8개를 모두 선방해내며 팀의 0-0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신들린 듯한 슈퍼 세이브에 전설의 골키퍼 올리버 칸도 오초아를 극찬했을 정도였다. 오초아는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고, 이어진 16강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했으며 또 다시 최우수선수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초아는 2016년 대회에도 주전 골키퍼로 나서 맹활약했다.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선 이번엔 9개의 유효 슈팅을 막아내며 팀의 1-0 승리를 지켰다. 한국과의 2차전에선 손흥민(30)의 기습적인 중거리포에 일격을 맞기도 했지만, 뛰어난 선방 능력으로 또 다시 팀의 16강 진출에 공헌했다.
그런 두 사람의 맞대결은 역시 월드컵 무대에서 강했던 오초아의 승리였다. 이날 폴란드는 수비에 방점을 두면서 원톱 공격수인 레반도프스키를 중심으로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가져왔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 외에는 이렇다 할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다. 레반도프스키만 노리는 단조로운 공격은 멕시코 선수들에겐 먹잇감이었다. 멕시코는 레반도프스키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차단하고, 레반도프스키가 공을 잡으면 여러 명의 선수가 에워싸는 전술로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멕시코가 알렉시스 베가(25)와 이르빙 로자노(27)를 앞세워 폴란드의 골문을 두드렸다. 흐름이 완전히 멕시코에 넘어간 후반 11분 레반도프스키에게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왔다. 레반도프스키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엑토르 모레노(34)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쓰러졌고,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레반도프스키는 쉼호흡을 한 뒤 우측 골문으로 낮게 깔아서 슈팅을 날렸지만 오초아가 방향을 완전히 읽고 공을 쳐냈다. 레반도프스키의 월드컵 데뷔골이 허무하게 무산된 순간이자, 오초아의 포효가 그라운드에 울러퍼진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무승부를 거둔 폴란드와 멕시코는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각각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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