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유럽이 그런 말할 자격 있나"...FIFA 회장, 카타르 대놓고 엄호

"인권? 유럽이 그런 말할 자격 있나"...FIFA 회장, 카타르 대놓고 엄호

입력
2022.11.20 21:00
수정
2022.11.2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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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인권 문제 둘러싼 비판 커지자
"북한 등 어느 나라도 월드컵 개최 가능"
과거 서방 인권 유린 거론하며 작심 비판도
국제단체 "인권은 문화 전쟁 대상 아냐"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한 시민이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의 모습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월드컵은 북한에서도 열 수 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개최국 카타르의 열악한 인권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월드컵은 정치·이념과 무관하게 어느 나라에서든 열 수 있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특히 유럽 각국이 과거 유색인종을 노예 삼았던 과거를 들춰내는 등 ‘서구의 위선’을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FIFA는 정치 단체 아냐”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FIFA는 축구 단체이지 정치 단체가 아니다”라며 “어떤 나라도 월드컵 개최국이 될 수 있고,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몇 년 전 남한과 북한이 여자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그가 언제, 어디서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지도 않는 북한을 화제로 끄집어낸 것은, 2022 FIFA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를 두고 “자격이 없다”는 비판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처우와 성소수자 탄압 등 인권 문제로 수개월간 서방 국가의 비판을 받아왔다. 경기장과 호텔 등 월드컵 기반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의 임금 체불과 노동력 착취가 자행됐고, 6,700명 넘는 이주 노동자가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카타르 정부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여성과 성소수자를 탄압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방 국가들의 인권 비판에 반박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인판티노 회장 발언은, 월드컵은 정치적 이념을 뛰어넘는 만큼 인권 논란은 묻어두고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사실상 ‘스포츠의 비정치성·중립성’을 명분 삼아 FIFA와 카타르를 향한 비난을 차단한 셈이다.

”유럽은 카타르 비판 자격 없어”

인판티노 회장의 ‘카타르 감싸기’ 행보는 개막 하루 전까지도 계속됐다. 19일 도하에서 진행된 개막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서방국을 공개 저격하며 카타르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2014년 이후 유럽에 들어오려던 외국인 2만5,000명이 숨진 사실을 거론하며 “유럽이 정말 이주 노동자 운명에 관심이 있었다면 유럽으로 들어올 수 있는 합법적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인들이 지난 3,000년간 해 온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3,000년 동안 사과해야 한다. 카타르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과거 서양인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인들을 노예 삼아 인권유린을 자행한 점을 감안하면, 서구가 주도하는 인권 논쟁은 위선이라는 의미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탈리아계 스위스인이다.

15일 인권 운동가들이 프랑스 파리의 카타르 대사관 앞에서 월드컵 보이콧을 요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인판티노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하루 세 시간 정도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카타르의 ‘기습 금주령’도 옹호했다. 주류 판매와 음주가 금지된 카타르는 당초 월드컵 기간에만 일부 지정된 장소에서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18일 돌연 경기장은 물론 주변에서도 판매를 금지한다고 통보했다.

인권단체 “FIFA가 인권 비판 무시”

이날 인판티노 회장의 카타르 지지 발언은 한 시간이나 이어졌다. 통상 개막 직전 기자회견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경기 내용이 핵심 주제가 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번 월드컵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인판티노의 발언은) 익숙한 주제로 가득 찬 기자회견을 기대하며 모인 언론인 수백 명을 놀라게 했다”고 꼬집었다.

인권을 뒷전으로 미뤄 놓은 듯한 발언에 인권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스티브 콕번 국제앰네스티 사회정의 책임자는 “FIFA는 인권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무시했고, 월드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들이 지불한 막대한 대가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평등·존엄·보상에 대한 요구는 ‘문화 전쟁’으로 취급돼선 안 되는 보편적 인권”이라고 꼬집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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