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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참사 여파에도... '수능 긴장감'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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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최선을 다하고 와!”
“실수만 하지 말고, 찍은 것도 모두 정답이길!”
예년의 떠들썩함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긴장감은 여전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오전. 서울 각 고사장 앞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파까지 겹쳐 고요함이 감돌았다. ‘수능 한파’가 무색하게 날씨까지 따뜻해 수험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입실했고, 부모들은 그런 자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맘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이날 오전 6시 20분 서울 종로구 경복고 고사장. 입실 시간인 오전 6시 30분 전 일찌감치 도착해 교문 앞에서 대기하던 수험생 변재민(19)군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변군은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데 혹시 차가 막힐까 봐 일찍 출발했다”면서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고기를 실컷 먹고 푹 자고 싶다”고 말했다.
수능의 명물인 경쾌한 응원전은 없었지만, 수험생들에게 힘을 북돋으려는 발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경복고 인근 교회 전도사 서수련씨는 간식 테이블을 차리고 과자와 대추차 등을 수험생들에게 대접했다. 서씨는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량을 모두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식을 마련했다”고 했다.
미리 수능 분위기를 느끼러 온 예비 수험생들도 있었다. 이시은(18)ㆍ이윤이(18)양은 교문 옆 난간에 걸터앉은 채 교문으로 들어서는 수험생들을 계속 눈에 담았다. 두 사람은 “선생님이 미리 수능 기분을 체감해 보는 것도 좋다고 해서 왔다”며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괜히 긴장된다”고 두 손을 꼭 잡았다.
조용한 수능이라고 하지만, 자식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경복고에서 아들 이상민(19)군을 배웅한 어머니 임정현(51)씨는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고사장 문이 닫힐 때까지 한자리에 서 있었다. 임씨는 “아들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 생활도 수학여행도 제대로 못 해본 비운의 세대”라며 “선생님들과 유대감도 많이 쌓지 못한 것 같아 짠하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수험생 장동혁(19)군의 아버지 장성민(49)씨도 "아이 앞에서 담담한 척했지만 1년 동안 가족 모두 맘고생이 심했다”면서 “아들이 군 관련 대학을 가기를 원하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동구에 사는 최유진(51)씨는 “딸이 두 번째 수능인데 제가 울컥했더니 아이도 같이 울었다. 시험이 끝나면 식구들과 근사한 식당에 갈 것”이라고 했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답게 시험 직전 당차게 ‘브이로그’를 찍는 수험생도 있었다. 한 학생은 용산구 선린인터넷고 고사장 이름이 쓰인 현수막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지금 수능 시험장 앞에 왔습니다. 시험 열심히 치고, 끝나면 면접 준비할 거예요. 파이팅!”이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이날 자가격리 대상 수험생들은 별도 고사장에서 문제를 풀었다. 이들은 개인 차량이나 구급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은평구 하나고 격리고사장에서 수능을 본 수험생은 20명에 불과했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여느 시험장 못지않았다. 한 수험생은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도 실감은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 고사장이 마련된 광진구 혜민병원에서는 수험생 한 명이 수능을 치렀다. 병원 측은 학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따로 준비하는 등 충분히 배려했다. 병원 관계자는 “건물 전체에 수험생을 방해할 수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능은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개 고사장과 25개 병원에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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