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쐈으면 3차 세계대전'...폴란드 떨어진 미사일에 위기감 최고조

입력
2022.11.17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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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 미사일 두 발 떨어져 시민 사망
나토, G7 회의 소집 등 긴박 대응
나토, 조사 결과 "우크라 요격 미사일" 잠정 결론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폴란드 동부 프르제워도우 마을의 폭발 현장을 촬영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과 접한 폴란드 동부 프르제워도우 마을의 폭발 현장을 촬영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시골 마을에 떨어진 미사일 두 발이, 전 세계를 '3차 세계대전' 발발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러시아가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인 폴란드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되면, 서방과 러시아 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나토의 조사 결과 이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의 요격용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현재 군사적 긴장감은 낮아진 상태다.

폴란드 동부지역에 미사일 떨어져 2명 사망

15일(현지시간) 미사일 두 발이 떨어진 폴란드 동부 지역인 프르제워도우의 위치. 뉴시스

15일(현지시간) 미사일 두 발이 떨어진 폴란드 동부 지역인 프르제워도우의 위치. 뉴시스

폴란드 현지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경로를 벗어난 미사일 두 발이 폴란드 동부 지역인 프르제워도우에 떨어져 폴란드 시민 2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인 르비우와 가깝고, 우크라이나 국경에선 불과 5㎞ 떨어진 지역이다.

앞서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르비우, 동북부 하르키우, 북부 지토미르 등 전역에 100발이 넘는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그간 지속됐지만 폴란드 영토가 타격을 받은 건 처음이다. 자국민이 사망하자 폴란드 정부의 경계수위도 최고조로 올라갔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긴급국가안보위원회를 소집했고, 나토 조약 4조 발동과 군 대비 태세도 격상했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젤렌스키 "러시아 소행"...폴란드도 '러시아제' 파악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보관련 긴급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보관련 긴급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사건 발생 초기 해당 미사일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면서 나토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 미사일이 폴란드, 연합국의 영토를 타격해 사람이 죽었다"고 밝혔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유럽 전체와 세계는 러시아 테러리스트로부터 완전히 보호받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정부도 해당 미사일이 ‘러시아제 무기’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방과 러시아 간 '3차 세계대전' 발발 우려가 고조됐다.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한 회원국을 향한 군사 공격은 나토 전체의 침공으로 간주해 즉각 개별 회원국 또는 집단으로 대응한다'는 나토 헌장 5조의 보호를 받아서다.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아닌 탓에 군사적 지원을 하는 데 그쳐 왔다. 하지만 폴란드가 러시아군에 공격을 받았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명분은 물론 책임도 생기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진행되던 인도네시아 발리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 나토 수장인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예정됐던 G20 정상들의 공식 행사 등은 모두 취소됐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상임의장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폴란드와 함께 서 있다"며 "폴란드 당국, EU 회원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가까워 안보 위협을 더 크게 느끼는 발트 3국도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폴란드 국경에 대한 공격은 없었다"고 강조하며 펄쩍 뛰었다. 오히려 확전 명분을 만들기 위한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고의적인 도발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각국 정상들이 16일 폴란드 미사일 폭발과 관련해 긴급 회의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각국 정상들이 16일 폴란드 미사일 폭발과 관련해 긴급 회의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당국자 "우크라이나군의 요격용 미사일인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정상과의 긴급 회담을 마친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에 떨어져 2명을 숨지게 한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정상과의 긴급 회담을 마친 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에 떨어져 2명을 숨지게 한 미사일이 러시아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AP 뉴시스

한껏 치솟았던 군사적 긴장감은 미사일 궤적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진정됐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미사일 궤적을 보면 러시아가 발사한 것 같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동맹국들에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우크라군이 발사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16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북대서양이사회(NAC)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순항미사일을 막기 위해 발사된 우크라이나의 방공미사일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불행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사일 폭발을 러시아의 고의 공격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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