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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업계 25%<조선업 하청 54% <택배노동자 75% ...각기 다른 파업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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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2022년 연초에도 이어졌던 택배노동자 파업, 올 여름 연일 보도되었던 조선업 하청업체 파업, 그리고 9월 정기국회에서 발의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이슈까지 노동조합과 파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과 논의는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과 파업에 대해 여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노동조합과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긍정적’ 또는 ‘부정적’ 둘 중 하나의 단어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을까' 는 등의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 10월 14일 ~ 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동조합과 파업에 대한 인식을 물어보았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가입되어 있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2021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은 2000년대 이후 가장 높은 14.2%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하는 시민 누구나 조직 가능한 자발적 결사체’로서의 노동조합은 일부 시민들만이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노동조합들의 활동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부정적(45%)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긍정적(13%)이라는 응답을 크게 상회하고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은 무엇일까. 노동조합 활동에 비판적인 사람들 중 46%가 그 이유로 ‘노동조합에 소속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서’를 언급했다. 이러한 응답은 특히 다른 연령 집단 대비 20대(18-29세)에서 62%로 높았다. ‘정치·사회 문제에 많이 개입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하여서(22%)’ 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는데, 특히 60세 이상에서 높았다(33%). ‘지나치게 강경한 방식으로 활동하여서(21%)’, ‘사회 전체의 노동환경 개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아서(11%)’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 성장, 고용 형태에 따른 갈등 해결, 사회질서 유지 등 노동조합의 경제·사회적 역할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양상이다. ‘노동조합의 활동은 경제 성장을 어렵게 한다(그렇다 48%, 그렇지 않다 41%)’, ‘노동조합의 활동은 고용 형태(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른 갈등 해결에 기여한다(그렇다 48%, 그렇지 않다 42%)’, ‘노동조합의 활동은 사회질서 유지를 해친다(그렇다 47%, 그렇지 않다 44%)’는 진술 모두 양쪽 의견이 비슷하게 엇갈렸다. 그러나 ‘노동자의 인권 보호’ 측면에서 노동조합 활동에 긍정적인 평가는 66%로 나타났다. 즉 노동조합의 노동자 생존권·인권 보호 활동에 대해서 만큼은 어느 정도 합의된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의 경제적, 사회적 역할에 대한 평가는 이념성향에 따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진보적 성향인 사람은 노동조합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반면, 보수적인 사람은 부정적인 평가가 다수를 차지했다.
노동조합이 요구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서 파업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2%로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45%)보다 7%포인트 더 높았다. 노동조합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보수층에서는 66%가 파업에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진보층에서도 10명 중 4명(40%)이 파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파업에 대한 부정 평가의 이유로 ‘파업이 시민들의 일상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과 ‘파업을 하는 노동조합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고 생각해서’가 모두 35%로 가장 많이 선택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든 파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파업은 옳지 않다’고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고, 어떤 목적으로 파업을 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형성되었다.
파업으로 이루고자 하는 다양한 목적을 제시하고, 어떨 때 파업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안전 시설·장비, 휴게시설 등의 확충을 요구하기 위한 파업은 68%가, 인력 부족으로 인해 길어지는 노동시간을 막기 위해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파업은 64%가 ‘적절한 파업’이라고 답했다. 노동자의 직접적인 생존권과 건강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파업에는 우호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파업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보수층에서도 60% 이상이 이러한 파업은 적절하다고 답했다.
그에 비해 임금 상승이나 노동자의 지위 향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적절한 파업’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적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구 파업(36%), 기업 경영이 어려워져서 이루어지는 노동자 해고를 반대하는 파업(31%), 하청 업체 직원의 원청 고용 요구 파업(26%), 더 높은 임금을 협상·요구하는 파업(23%)은 적절하다는 응답이 낮았다. 진보층에서도 이러한 파업이 적절하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이 되지 않았다.
직군이나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라도, 파업의 주된 목적에 따라 지지 여부가 달라졌다. 2020년에 있었던 의료업계(의사) 파업은 응답자의 25%가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대중교통 업계의 파업은 60%가 지지한다고 답해 두 배 이상이었다. 대중교통과 의료 모두 사람들의 일상에 필수적인 공공자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대중교통 업계가 내세운 ‘장시간 운전 방지를 위한 1일 2교대제 실시’에 대한 호응도가 높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택배노동자 파업은 75%가 지지한다고 밝힌 반면, 조선업 하청업체 노동자 파업에 대해서는 그보다 21%포인트 낮은 54%가 지지한다고 말했다. 육체노동을 하는 동일한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파업이지만, 임금 원상 회복을 포함해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에 목적이 있는 조선업 하청업체의 파업보다는 건강권, 근로시간 단축 등 생존권·인권 보호를 직접적으로 내세운 택배업계의 파업 목적에 공감도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일하게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이라도 블루칼라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에 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포함된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파업에 덜 우호적이었다. 최저운송비 상승을 요구한 운송업계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58%인 반면 주4.5일제 실시 및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한 금융업계의 파업은 30%만이 지지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을 경험해본 시민들이 많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과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면적이고 입체적이었다.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노동조합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지만, 노동자의 인권 보호라는 부분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여론이 수렴되어 있었다. 파업 역시 그 목적에 따라 지지하는 정도가 달라졌다.
노동조합과 파업을 부정 평가하는 이유로 각각 ‘노동조합에 소속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서’, ‘파업을 하는 특정 당사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고 생각해서’가 가장 많다는 점은, 노동조합의 활동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노조에 속한 개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로 비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이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하나의 장벽이다.
박정은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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