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알못'도 즐길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 관전포인트는

입력
2022.11.19 13:00
수정
2022.11.1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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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마스크 투혼 '캡틴' 손흥민, 한국 최다골 갱신할까
②'메날두(메시+호날두)' 두 축구 스타의 마지막 무대
③무지개 완장 찬 케인·덴마크팀의 애도 유니폼까지

15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수도 도하 국기광장에서 소년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오는 21일 개막한다. 도하 AFP=연합뉴스

15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수도 도하 국기광장에서 소년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오는 21일 개막한다. 도하 AFP=연합뉴스

사상 첫 중동·겨울 월드컵으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2022 카타르 월드컵'이 21일 막을 올린다. 4년마다 펼쳐지는 한 달간의 '지구촌 축구 축제'에 전 세계 축구 팬의 시선이 모아질 전망이다.

평소 축구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월드컵 기간에는 모두가 열정 가득한 '붉은 악마'가 되는 법. '축알못'(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줄임말)도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우선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궁금증부터 간단하게 풀고 넘어가 보자.

Q. 카타르 월드컵은 왜 겨울에 열리나.

A. 통상 월드컵은 6월에서 8월 사이에 열렸지만, 이번엔 11월과 12월에 걸쳐 열린다. 개최국 카타르의 뜨거운 태양과 습한 공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페르시아만에 자리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카타르는 한여름 체감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간다. 이 때문에 평균 기온이 24도 안팎인, 그나마 덜 더운 겨울에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월드컵이 중동 국가에서, 여름이 아닌 겨울에 열리는 건 모두 이번이 처음. 시공간이 색다른 월드컵이다.

Q. 축구장은 덥지 않을까.

A.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은 냉각 시스템(에어컨)을 갖추고 있다. 실외 에어컨과 좌석 아래쪽 바람구멍을 통해 경기장에 지속적으로 찬 공기를 공급한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는 이 냉각시스템을 통해 경기장 온도를 20~22도로 유지할 예정이다. 과거 카타르 프로축구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구자철(33·제주)은 "(경기장에) 외투를 가져와야 할 정도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쌀쌀하다"고 말했다. '열사(熱砂)의 땅' 카타르에서 월드컵 기간 동안 가장 시원한 곳은 축구장일지도 모른다.

12일 독일 겔젠키르헨의 펠틴스 아레나 경기장에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한다는 내용의 걸개가 걸려 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 및 인권 탄압 등으로 월드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래 사진은 카타르 도하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 겔젠키르헨 AP=연합뉴스, 가디언 캡처

12일 독일 겔젠키르헨의 펠틴스 아레나 경기장에 카타르 월드컵을 보이콧한다는 내용의 걸개가 걸려 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 및 인권 탄압 등으로 월드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래 사진은 카타르 도하의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 노동자들. 겔젠키르헨 AP=연합뉴스, 가디언 캡처

Q. 역사상 가장 콤팩트한 월드컵이라는데.

A. 카타르의 국토 면적은 1만1,571㎢로 우리나라 경기도와 비슷하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8개가 수도 도하를 비롯한 주변 지역에 몰려 있다. 도하 중심부에서 반경 50㎞ 내에 경기장들이 위치해 있고, 차량으로 1시간 이내에 경기장 간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축구 팬들은 하루 두 경기 이상을 '직관' 할 수 있다.

문제는 부족한 숙박 시설. 월드컵 기간 예상 방문객 수는 100만 명인데, 카타르의 호텔 객실은 3만여 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팬 전용 숙소(수용 인원 1만2,000명)를 만들고, 2,000명 이상이 숙박할 수 있는 호화 크루즈 3척을 동원하는 등 '숙박난'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Q. 보이콧 여론도 있었다고?

A. 카타르 정부의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논란 때문이다. 카타르 정부는 신규 경기장 7개 등 월드컵 인프라 건설에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을 투입했다. 이들이 열악한 근로 환경 속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면서 혹사 논란이 불거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10년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권을 따낸 이후 카타르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가 6,500명에 달한다고 보도해 보이콧 여론에 불을 지폈다. '피로 물든 월드컵'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성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카타르 월드컵 보이콧' 여론이 확산됐다. 프랑스 파리 등 일부 유럽 도시들은 월드컵 기간 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거리 응원을 취소하며 반감을 드러냈다.

①마스크 투혼 '캡틴' 손흥민, 한국 최다골 기록 작성할까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이 16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 채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손흥민이 16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안면 보호대를 착용한 채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이처럼 숱한 논란 속에 열리는 월드컵이지만, 선수들이 4년 동안 월드컵을 바라보며 흘려 온 땀방울의 가치는 변할 수 없다. 특히 카타르 월드컵은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 스타들이 격돌하는 마지막 전장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귀하디 귀한 무대다.

한국 팬들의 최대 관심은 단연 축구 국가대표팀의 간판스타인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의 활약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손흥민은 클럽 소속팀 토트넘이 제작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반 정도 가린 손흥민은 만화 '쾌걸조로'나 영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을 연상시킨다. 손흥민은 "축구 선수는 어느 정도의 위험은 항상 갖고 경기를 한다"면서 "월드컵에서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그 정도 위험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손흥민의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24일) 출전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많은 팬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23골·2021~22시즌)에 오르며 물 오른 득점 감각을 뽐낸 손흥민이 부상을 딛고 월드컵에서 득점포를 쏘아 올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한 골만 넣어도 한국 선수 월드컵 통산 득점 1위가 된다. 현재 손흥민은 박지성, 안정환(이상 3골)과 공동 1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1골)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2골)에서 골맛을 본 손흥민은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 역대 두 번째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에 도전한다.

월드컵마다 눈물 쏟은 손흥민... 카타르 목표는 원정 16강 진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7일 오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도하=뉴스1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7일 오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도하=뉴스1

2014년 브라질 대회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손흥민. 8년이 흐르는 동안 기량이 만개한 그는 이제 어엿한 주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손흥민은 앞선 두 번의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과 패배의 아픔에 굵은 눈물을 쏟았다. 아쉬운 경기력에 대한 자책과 회한이 진하게 녹아든 눈물이었다.

과거 "월드컵은 무섭고 두려운 무대"라고 밝혔던 손흥민이지만,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야 하는 이번 월드컵은 축제처럼 마음껏 즐겨보겠다는 각오다. 손흥민은 지난 9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표팀 후배들을 향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올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축구 자체를 즐기자"고 말했다.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이은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흥민은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잊지 못할 월드컵을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 대표팀 경기는 언제?

한국은 24일(목)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28일(월) 오후 10시에 가나와 2차전, 다음달 3일(토) 0시에 포르투갈과 3차전을 갖는다.

②'메날두(메시+호날두)'의 라스트 댄스

16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UAE의 친선경기 전반 44분에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팀의 4번째 골을 넣고 있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는 이날 경기를 5-0으로 승리했다. 아부다비 EPA=연합뉴스

16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UAE의 친선경기 전반 44분에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팀의 4번째 골을 넣고 있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아르헨티나는 이날 경기를 5-0으로 승리했다. 아부다비 EPA=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은 현역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세기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다. 4년 뒤 서른아홉, 마흔하나가 되는 둘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음 월드컵 출전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은 메시와 호날두는 프로 클럽에서는 각종 우승 트로피와 개인 타이틀을 수집했지만 월드컵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슈퍼스타의 '라스트 댄스'는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메시는 축구계 최고 권위의 상인 '발롱도르'를 7회 수상(역대 수상 횟수 1위)한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월드컵에 네 번이나 출전하고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2006년 독일 대회와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연속으로 8강에 그쳤고,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지만 결승에서 '전차 군단' 독일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메시는 골든볼(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고도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 때문에 웃지 못했다. 2018년 러시아 대회를 앞두고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 없이 은퇴하고 싶지 않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16강에서 '우승팀' 프랑스에 패해 쓸쓸히 짐을 쌌다.

월드컵 우승 빼고 다 해본 메시, 마라도나 넘어설 수 있을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왼쪽)와 디에고 마라도나를 그린 벽화가 그려져 있다. 두 선수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달았던 등번호 10번도 새겨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에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왼쪽)와 디에고 마라도나를 그린 벽화가 그려져 있다. 두 선수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달았던 등번호 10번도 새겨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월드컵 우승이 없는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원조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늘 비교돼 왔다.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놀라운 활약으로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번이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못 박은 메시가 마라도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일단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분위기는 좋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메시가 마침내 '메이저대회(월드컵과 대륙별선수권) 무관 징크스'를 떨쳐낸 것이다. 코파아메리카 우승 멤버들이 주축이 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현재 3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데이터업체 '그레이스노트'는 아르헨티나를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우승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했다.

월드컵 한 풀겠다는 호날두... 한국 팬들은 '날강두'에 설욕 기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포르투갈)가 지난 8월 7일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 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브라이턴)의 경기에서 브라이턴의 자책골로 득점한 뒤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맨체스터 로이터=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포르투갈)가 지난 8월 7일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 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브라이턴)의 경기에서 브라이턴의 자책골로 득점한 뒤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맨체스터 로이터=연합뉴스

메시의 라이벌 호날두도 월드컵 우승이 간절한 건 마찬가지다. '발롱도르'를 5회 수상(역대 수상 횟수 2위)한 호날두지만 그에게도 월드컵 우승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아 있다. 호날두는 2006년 독일 대회부터 2018년 러시아 대회까지 모든 대회에서 골을 넣었지만, 호날두가 이끈 포르투갈의 최고 성적은 2006년 대회 4위다.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통산 최다골 기록(117골) 보유자인 호날두는 이번에는 월드컵 우승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지만 최근 기량이 하락세다. 이번 시즌 클럽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벤치 신세로 전락한 호날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치고 있다. 최근 포르투갈 대표팀 합류를 앞두고 "맨유 감독을 존중하지 않는다. 맨유는 발전이 없다"는 폭탄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3차전) 상대다. 한국과 포르투갈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났다. 박지성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한 한국은 16강에 올랐고, 포르투갈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현재 한국의 사령탑인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한국전에 선발 출전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이 20년 만에 월드컵에서 '리턴매치'를 갖게 된 데다 호날두가 2019년 한국 방문 당시 많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경기다. 2019년 유벤투스(이탈리아) 소속이었던 호날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단 1초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비난을 받았다. '먹튀' 논란 속에 일부 팬들은 호날두를 '날강두'(호날두+강도)로 부르기도 했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3차전은 12월 3일 열린다.

③'월드컵도 정의로워야'... 무지개 완장, '애도' 유니폼에 담긴 '항의'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C조 독일과의 경기에 한쪽 팔에 무지개 완장을 찬 채 출전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C조 독일과의 경기에 한쪽 팔에 무지개 완장을 찬 채 출전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카타르 정부의 이주노동자 및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탄압 논란에 각국 대표팀과 선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 표시에 나선 움직임도 주목할 대목이다.

덴마크 축구대표팀의 에이스로 날카로운 킥이 일품인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30)은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대해 "옳은 방향이 아니다. 변화는 분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릭센이 이끄는 덴마크 대표팀은 카타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붉은색(홈) 및 흰색(원정) 유니폼과 별도로 '애도'의 의미가 담긴 검은색 서드 유니폼을 마련했다. 국기와 후원사 로고도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톤다운'시킨 디자인이다. 잉글랜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 10개국 축구협회도 외국인 노동자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카타르 정부를 압박했다.


덴마크 스포츠웨어 업체 험멜이 제작한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팀의 블랙 유니폼. SNS 캡처

덴마크 스포츠웨어 업체 험멜이 제작한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팀의 블랙 유니폼. SNS 캡처

손흥민의 '토트넘 단짝'이자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인 해리 케인(29)은 이번 월드컵에서 무지개색 주장 완장을 찰 예정이다. 덴마크, 독일, 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대표팀의 주장들도 같은 디자인의 완장인 '원 러브(One Love) 밴드'를 착용한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연대하는 의미를 담아 시작된 캠페인의 상징이다. 앞서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에서도 이 완장을 찼던 케인은 "사회 분열이 심각한 지금 대표팀 주장들이 한뜻으로 완장을 착용함으로써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수들의 계획이 모두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FIFA가 "축구는 이념적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며 "축구에 집중하자"고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프랑스 축구대표팀 주장인 위고 요리스(36)도 프랑스축구협회와 FIFA가 난색을 표하자 무지개 완장을 차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덴마크 대표팀의 경우 검은색 서드 유니폼 외에 '모두를 위한 인권'(human rights for all)이란 문구가 담긴 훈련복 착용 의지도 내비쳤으나 FIFA가 불허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각종 논란을 전하며 "국제축구연맹과 카타르 정부는 '역대 가장 정치화된 월드컵'이란 헤드라인을 가장 피하고 싶겠지만, 이번 월드컵은 축구 이외의 이유로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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