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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자치경찰, 핼러윈 대책 사전 보고 받고도 '뒷짐'

입력
2022.11.13 14:22
수정
2022.11.13 14:5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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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치경찰위, 참사 이틀 전 대책 보고받아
"주최 없는 행사 소관 아냐"... 책임 회피 비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골목길 앞에 10일 시민들이 두고 간 추모 메시지와 물품 등이 놓여 있다. 고영권 기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골목길 앞에 10일 시민들이 두고 간 추모 메시지와 물품 등이 놓여 있다. 고영권 기자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틀 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교통혼잡 해소 등 안전관리 내용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최자 없는 행사는 국가경찰 소관”이라며 뒷짐을 지고 지침을 내리지 않은 탓이다.

13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청은 지난달 27일 ‘2022 핼러윈데이 교통관리 계획’ 공문과 축제 당일 안전 대책을 관계 부서에 보고했다. 공문은 관할 용산경찰서는 물론, 마포서, 강남서, 자치경찰위에도 전달됐다.

서울청은 ‘이태원과 압구정, 홍대 등 주요 술집 거리 등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불법 주ㆍ정차 등 소통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횡단보도 보행자 안전 확보, 주변 순찰 등을 강화하겠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교통경찰과 기동대, 교통기동대 인원 77명과 장비 17대를 동원하는 구체적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참사 당일 대책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자치경찰위 역시 핼러윈데이 축제는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로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조직 및 운영 법률(제4조)’을 보면, 자치경찰은 지역 내 다중운집행사와 관련해 필요할 경우 경찰력을 배치하도록 돼 있다. 또 위험 요인을 사전 점검하고, 예방 대책 마련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다중운집행사의 경우 안전관리 계획 및 결과도 자치경찰위에 수시 보고하게 돼 있다.

자치경찰 사무를 규정한 경찰법

자치경찰 사무를 규정한 경찰법

실제 자치경찰위는 앞서 6월 29일 열린 회의에서 ‘다중운집행사 혼잡 교통 및 안전관리 강화 지휘’ 관련 안건을 상정한 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증가하는 인파 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수립을 의결하기도 했다. 의결안에는 8월 광화문광장 개장식과 잠실 포뮬러 대회, 이달 6일 열린 서울시내 마라톤대회 대책도 들어갔지만 핼러윈데이 내용은 쏙 빠졌다.

공문을 받고 대책 회의까지 열었으나 자치경찰위 측은 이태원 참사 후 발뺌으로 일관했다. 김학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장은 7일 “다중운집행사는 국가경찰 소관이며, 주최자가 있는 행사에 한정해 자치경찰이 지휘한다”고 발언했다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뭇매를 맞았다. 박수빈 시의원은 “이런 공직자들 태도에 국민은 분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현행 경찰법에는 다중운집행사 안전관리는 자치경찰의 사무라고 명시돼 있다”면서 “지금은 소관 여부를 따지며 책임을 회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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