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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 물구나무 하는 선수… 우크라서 발견된 '뱅크시 작품'

입력
2022.11.12 20:46
수정
2022.11.1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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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이르핀에서도 뱅크시 작품 추정 벽화 발견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에 그려진 뱅크시 벽화. 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처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에 그려진 뱅크시 벽화. 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처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새로운 작품이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됐다. 무너진 건물 벽, 거리에 세워진 대전차 장애물 등 전쟁의 상흔 위에 작은 희망이 그려졌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 신작 이미지를 올리며 “보로댠카, 우크라이나”라는 글을 남겼다. 실제로 보로댠카에선 뱅크시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포착됐다.

뱅크시는 갈라진 벽 위에 건물 잔해를 두 손으로 딛고 물구나무를 선 체조선수의 역동적인 몸짓을 그렸다. 이 그림 너머로는 폭격으로 불에 타고 부서져 폐허가 된 건물이 보인다. 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참상이다.

보로댠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개전 초기 키이우로 진격하는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아 수많은 주민들이 숨지고 도시 전체가 초토화됐다. ‘부차 학살’에 비견될 정도로 피해가 막대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발견된,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되는 벽화. 인스타그램 뱅크시 아카이브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발견된,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되는 벽화. 인스타그램 뱅크시 아카이브 캡처

뱅크시가 직접 공개한 그림은 한 점뿐이지만, 비슷한 시기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되는 벽화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최근 인스타그램 뱅크시 팬페이지 계정에는 키이우에서 촬영된 벽화 한 장이 올라와 화재를 모았다. 철제 빔을 ‘X’자 모양으로 이어 붙여 만든 대전차 장애물 위에서 어린아이들이 해맑게 시소를 타고 있는 그림이다. 어느 가정집 벽에선 방독면을 쓰고 소화기를 손에 든 여성을 묘사한 그림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어느 가정집 벽에 그려진 벽화로,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된다. 인스타그램 뱅크시 아카이브 캡처

우크라이나 어느 가정집 벽에 그려진 벽화로,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된다. 인스타그램 뱅크시 아카이브 캡처

프리랜서 사진작가 에드 람도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발견된 벽화들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보로댠카에서 촬영된 벽화는 작은 소년이 유도 경기에서 체구가 큰 어른 남성을 엎어치기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의 얼굴은 자세히 드러나지 않지만, 유도 유단자이자 애호가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또 키이우 외곽 도시 이르핀에서는 건물 벽에 크게 뚫린 구멍 위에 목 보호대를 착용한 여성 리듬체조 선수가 리본 연기를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뱅크시는 신상이 알려지지 않은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사회운동가로, 자본과 권력, 전쟁과 빈곤 등을 고발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뱅크시 그림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 예고 없이 등장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곤 했다.

모든 벽화가 뱅크시 작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외신들은 뱅크시와 화풍이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그의 작품일 것이라 추정했다. 아울러 뱅크시가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다는 추측도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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