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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참사 재난문자 발송 요청받고도 78분 '무대응'... 특수본 수사

입력
2022.11.10 1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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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구 통화 안 돼 직접 문자 발송"
행안부 "각 기관서 발송하는 것이 효과적"
용산구 재난문자 담당자 경찰 특수본 조사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와 조화 등을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와 조화 등을 살펴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서울 용산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긴급재난문자 발송 요청을 받고도 78분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행안부는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43분 소방당국으로부터 사고 내용을 전달받고, 10분 뒤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을 통해 서울시에 ‘재난문자방송 송출(필요시)’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용산구가 NDMS를 모니터링하는 재난통합상황실을 상시 운영하지 않아 서울시는 구청 당직실에 전화했다. 수차례 통화 시도는 실패했고, 오후 11시 27분에서야 첫 연락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용산구는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다급해진 행안부까지 나서 오후 11시 38분 용산구에 재차 발송을 요청했으나 후속 조치는 없었다. 서울시가 오후 11시 56분 직접 재난문자를 발송한 배경이다.

용산구발(發) 재난문자는 날을 넘긴 지난달 30일 0시 11분 뿌려졌다. 서울시의 발송 요청을 무려 1시간 18분간 묵살한 것이다. 서울시는 30일 오전 4시 12분까지 7차례, 용산구는 0시 11분과 오전 1시 37분 두 차례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문자 발송이 지체된 이유를 묻자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산구 관련 담당자는 현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행안부 긴급재난문자 운영 지침에 따르면, 관내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상급기관의 별도 승인 없이 해당 자치구가 문자를 보내도록 돼 있다. 서울시 등 광역시ㆍ도는 2개 이상 자치구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해 문자를 발송한다.

다만 사고 내용을 보고받은 행안부가 서울시와 용산구의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재난문자를 보냈다면 발 빠른 상황 전파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재난 발생 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각 기관이 문자를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도 “이번에 드러난 시스템 문제를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앞으로 시ㆍ구 구분 없이 재난정보가 시민들께 전파되게끔 신속하게 상황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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