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특수본, '윗선' 수사 본격화... "행안부·대통령실도 수사 대상"

입력
2022.11.09 20:00
구독

압수수색서 행안부 빠져 '눈치보기' 비판
특수본 "부실 조치 모든 기관 수사할 것"
경찰 '넘버1, 2' 피의자 전환 여지도 남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이 9일 사고 장소 골목길에 인접한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한 뒤 차량을 타고 호텔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이 9일 사고 장소 골목길에 인접한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한 뒤 차량을 타고 호텔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특수본은 또 사건 현장 인근 호텔까지 강제수사 목록에 올리는 등 이번 참사와 관련해 사실상 ‘무제한 수사’를 선언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행안부와 대통령실 관계자 소환 계획을 묻자 “법령상 책무와 여건이 있는 데도 부실한 조치를 했다면 어떤 기관이라도 수사 대상”이라고 단언했다. 전날 특수본은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 집무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집무실 등 55곳을 전방위 압수수색하며 윗선 수사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행안부와 대통령실이 강제수사에서 제외돼 ‘눈치보기’ 비판이 불거지자 모든 과실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행안부와 서울시도 경찰 못지않게 늑장ㆍ부실 대응 의혹을 받고 있다.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48분 소방청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행안부는 5분이 지나서야 서울시ㆍ용산구에 대응을 지시했다. 재난ㆍ안전관리 최고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참사 발생 1시간 5분이 지난 오후 11시 20분 처음 상황을 인지했다. 서울시는 날이 바뀌기 직전인 당일 오후 11시 56분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김 대변인은 “수사 진행 후 추가 압수수색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윤희근 경찰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들고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관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윤희근 경찰청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을 들고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다. 특수본은 전날 확보한 두 사람의 휴대폰을 분석해 참사 당시 용산서, 서울청, 경찰청 사이에 오간 보고 및 지시 과정을 재구성한 뒤 지휘부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할 방침이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윤 청장 등의 소환 조사도 계획돼 있어 두 사람이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특수본은 참사 골목길과 인접한 해밀톤호텔 수사에도 착수했다. 수사관 14명이 이날 호텔과 대표이사 A씨 주거지 등 3곳에 들러 호텔 운영과 인허가 관련 자료 등을 압수했다. A씨는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워 도로를 무단 점용한 혐의(건축법 위반 등)로 입건됐다. 호텔 측은 10여 년 전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과 맞닿은 본관 서쪽에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는 철제 가벽(假壁)을 설치했는데, 이 때문에 골목 폭이 4m에서 3.2m까지 좁아져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박준석 기자
김도형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