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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계기 '골든타임 매뉴얼' 만들고도... 경찰 등 無협조에 참사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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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유형을 세분화해 만든 ‘골든타임(황금시간ㆍ사고 발생 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시간) 대처 매뉴얼’이 이태원 참사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당일 원활한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소방당국의 현장 출동이 지체된 이유가 가장 크다.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의 소방 협조를 매뉴얼에 명문화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2014년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임 직후 재난 초동대처를 강화하기 위해 ‘재난유형별 황금시간 목표제’를 내걸고 정책 수립에 나섰다. 세월호 사태 당시 해경 등 당국의 소홀한 대처가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드러나자 박 전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10대 안전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중에서도 황금시간 목표제는 핵심이었다.
서울시는 수차례 연구 용역과 민관협의기구 논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 재난유형을 55개로 자세히 분류했다. 이태원 참사 상황과 유사한 공연ㆍ행사장에서의 인파 사고도 ‘인적 재난’ 유형에 들어갔다. 특히 시 싱크탱크 격인 서울연구원은 황금시간 목표제 검증 및 평가 용도로 2016년 작성한 최종 보고서에서 공연ㆍ행사장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을 ‘압사’로 적시했다. 또 심폐소생술(CPR) 황금시간(5분)을 지키려면 ①시민의 초동 대처와 ②소방당국의 현장 출동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이태원 참사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했다. 시민들의 대응은 빨랐다. 현장 목격자들은 압사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수십 건의 신고로 일찌감치 위험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구조 인력은 즉각 투입되지 않았다. 경찰과 서울시, 용산구청의 늑장 교통 통제 탓에 구급대가 5분 거리를 가는 데 33분이 걸렸다. 재난의료지원팀 역시 소방당국에 첫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사이 ‘심정지 상태’였던 수십 명의 환자가 속절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단순히 구조팀의 출동 속도가 능사가 아니라 빠른 출동에 필요한 세부 여건, 즉 ‘관계기관의 협력’이 훨씬 중요했던 것이다.
더 뼈아픈 건 이태원 참사를 예상이라도 한 듯, 이미 유관기관 협조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문제 제기가 오래전에 있었다는 점이다.
황금시간 목표제 시행 3년이 지난 2017년 대한안전경영과학회는 ‘재난대응 황금시간 목표제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의 한 일선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대원 102명에게 물어 “교통량이 많거나 사고발생 지점이 원거리인 경우 소방당국의 노력만으로 도착 시간 단축이 곤란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안전 전문가들이 매뉴얼의 미흡함을 지적했지만 정책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나욱정 안동과학대 소방안전과 교수는 “시민 신고와 소방 출동을 황금시간 확보의 유일한 전제 조건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이태원 참사에서 확인한 것처럼 자치구 차원의 사전 대비, 경찰 인력 배치 등 세부 요소도 매뉴얼에 담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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